전쟁사 이야기 64편 - 조선 도공과 이공계의 위기
이번 편은 유명 유튜브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 를 보고 감명을 받아 쓰게 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VwmXpg7oDs&list=LL&index=31&ab_channel=%EB%8B%B9%EC%8B%A0%EC%9D%B4%EB%AA%B0%EB%9E%90%EB%8D%98%EC%9D%B4%EC%95%BC%EA%B8%B0
일본은 과거 2차례 대규모로 조선을 수탈한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누구나 아는 일제강점기이고, 두 번째는 규모는 앞선 첫 번째 사례보다는 작기는 하지만 꽤나 일본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임진왜란 중 '도공을 비롯한 기술자 납치'입니다.
당시 고려 청자나 조선 도자기가 얼마나 일본에서 희귀했고 비싸기는 또 비쌌는지는 영상에 잘 나와 있으니까 시청을 권유해봅니다.
현대에 와서야 일본은 대표적으로 잘 사는 나라이고 인구 강국(1억이 넘으며 이는 남북한을 모두 합쳐도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이며 소프트 파워로 세계를 호령하는 나라라고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일본은 근대화 이전까지 조선보다 많이 떨어지는 면이 많았습니다.
세종대왕때는 그 유명한 '팔만대장경'을 달라고 졸라댔고(당시 조선은 유교 국가이며 불교를 멀리했으니 줬을 법도 한데,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쟤들 한번 받으면 버릇 나빠진다"라는 이유 등으로 안줬습니다) 조선 통신사가 직접 가서 여러가지 선진문물(당시로는 청나라의 이야기나 기술들)을 전수해주기도 하였습니다.
엄청 멀리 가자면 일본은 구석기 유물이 없는 등(이를 조작하다가 걸리는 바람에 역사학계에서 신뢰를 완전히 상실한 일도 있었고) 의외로 일본이 한국을 따라잡은 것은 전체 역사 중 최신의 일입니다.
당장 임진왜란의 배경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선은 '통일된 집권왕조'로서 신라시대부터 강력한 중앙 통제가 기장 행정을 관리했으며 현대와 같은 의미에서 통일성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전국시대를 지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세력이 남아있는 영주들이 도요토미 사후에 또 패권을 움켜주려고 반기를 들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에 일어난 전쟁이기도 합니다. 예컨데 <한산>이나 <노량>에서 조선군은 하나같이 "우리 조정이~" "우리 임금님이~" 라고 하지만, 일본 수군들은 "우리 영주님이~"라고 말하죠.
대표적으로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침략하고 계획적으로 약탈해간 것이 바로 '도공'을 비롯한 조선의 뛰어난 기술자들이었습니다. 지금도 일본에는 당시 도공들의 14대, 16대손이 살아서 가문을 유지할 정도로 전통이 발달했죠. 이는 전쟁사적 요인도 큰데, 한국은 일제 수탈은 물론 625전쟁으로 전국이 폐허가 되면서 명맥이 많이 끊겼지만, 일본은 태평양 전쟁에서 소소하게 본토에 폭격을 당하기도 핵도 맞았지만 한국과 달리 전국이 전쟁터가 된 적이 없습니다. 핵 마저도 미국 고위 간부가 일본의 역사와 전통을 최소한 존중하는 차원에서 현대에도 유~명한 관광지를 선정하지 않은 영향도 있습니다.
독일은 2차 대전 이후 동서독으로 분단되었으며, 특히 동독은 소련의 지배 하에 무려 2600만명의 소련 인민과 군인을 죽여버린 독일 민족에 대한 철저한 복수심으로 많은 수탈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근데 한국은 독일처럼 추축국 참가 당사자도 아니면서 일본 대신 분단되어버린 것이 참 아이러니하죠.
고려 청자는 현대에서도 수 억을 호가할 정도로 가치가 큰 문화 유산입니다. 마치 우리가 벤츠나 디올백에 환장하는 것처럼 일본 영주들은 청나라나 조선제 물건들에 환장했었고, 대표적으로 도자기가 그러하였습니다.
북한이 지네들도 영화 좀 유명하게 잘 만들어 보겠다고 남한 배우나 영화 감독 납치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조선 도공들은 전리품이 아닌 일종의 '손님' 예우를 깍듯이 받으며 '모셔'와 졌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조선은 사농공상이라 하여 당장 인구가 먹을 식량 생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중에서 머리 역할을 하는 선비가 최고인건 당연한거고, 나머지 직종은 '부차적인' 취급을 받았습니다. 조선 후기에 와서는 박제가가 '일반 백성들은 비뚤어지고 깨진 그릇도 당연하다는 듯이 쓴다'라고 서술한 것처럼 이 영향은 조선 멸망까지 이어졌습니다.
비슷하게 미국도 독일 패망 이후 독일의 유망하고 유능한 기술자들이나 과학자들을 신분세탁을 하여 자국 발전을 위해 납치(?)해 갔습니다. 반도체 굴기를 추구하는 중국이 sk 하이닉스 출신 기술자들을 연봉 6배씩 쥐어가면서 납치(?)해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죠.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발전한 현대에서도 인재는 매우 중요합니다. 어쩌면 오히려 옛날보다도 더 중요해질 지도요.
조선 도공들은 조선에서는 천민 취급이었지만, 일본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대우와 대접을 받으며 삽니다. 임진왜란 전쟁이 끝난 이후, 조선인 출신들은 조선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도공들의 답은 단호하게 no 였습니다. 여러분 같으면 돌아가고 싶겠습니까.
그 배경 덕분에 일본 도자기는 그야말로 전성기, 꽃을 피우게 됩니다. 이는 일본의 근대화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서양에서는 동양의 도자기를 굉장히 높게 평가하였고 엄청 비싸게 거래되었습니다. 소위 서양에서 '일류'를 이끌어 낸 것이죠. 이는 현대에도 마찬가지입니다. BTS가 대박을 냈다 그럼 노래 잘 모르는 저 같은 사람도 찾아보게 되고, 그러다가 한국 드라마도 보고 싶어지게 되고, 한국 드라마 보니까 김치찌개랑 부대찌개 먹어보고 싶은게 인지상정입니다.
저는 한국이 현대에 들어와서 이공계 위기가 심화되는게 도공의 유출과 별반 다른 맥락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데 의대 증원 문제를 들어보겠습니다.
뭐 의료의 질이 낮아지니 보험비가 높아지니 그런 것은 모르겠지만, 당장 이공계 입장에서 보면 의대 증원은 엄청난 블랙홀입니다. 2천명이라는 숫자는 SKY 이공계를 전부 합친 숫자보다도 많은 숫자입니다. 입시에 익숙한 여러분은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 것입니다. 예 SKY 이공계가 입시에서 한 바퀴 더 돈다는 말이죠.
직업 선택에 대해 아무리 미사여구를 붙이더라도 자본주의로 돌아가는 현대 세계에서는 뭐가 설명의 끝이겠습니까 결국 소득이 모든 것을 주도합니다. 의사는 그 높은 소득으로도 유명하지만 동시에 안정적이고 오래 간다는 중요한 점을 포함합니다. 예컨데 여러분이 노벨상 수상급의 특허를 냈다고 생각해봅시다 초고속으로 승진해서 삼성의 임원이 됩니다.
얼마 전 삼성에 30대 임원이 탄생했죠 이 말은 반대로 30대라도 바로 모가지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생각할때 고위 임원으로 한 10년? 버티면 무지막지하게 오래 버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원 시절의 소득 자체는 의사보다 높겠으나 장기적으로 보아서는 쨉이 안된다는 것이고, 그 깨달음이 널리 국민들에게 퍼졌기에 의대의 인기가 하늘을 모르고 솟아 오르는 것입니다.
문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이공계야 말로 고부가가치의, 삼성이나 엘지 제품이 세계에 판매되서 그 돈으로 국가 전체가 먹고 사는 수출 중심 국가에서 의사가 늘어난다는 것은 고부가가치 잠재력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전 절대로 여러분에게 애국심만으로 이공계에 가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한국 성형외과 같은 경우 겁나게 유명해져서 중국 일본에서 성형하러 물 건너 오기도 하지만, 그 수입에 비해서 삼성 최신형 TV가 왕창 팔리는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큰 차이가 나겠습니까.
조선 도공이 천대받다가 다른 나라가서 잘 살게 된 것처럼, 내노라하는 인재들이 미국 가서 한국 사회 욕하고 잘 먹고 살 사는 것처럼, 중국이 공격적인 헤드헌팅으로 핵심 기술자들 모셔가는 것을 보면 참 세상이 개탄스럽습니다. 전 단지 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고 싶을 뿐입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뭔가 대단히 단단하게 왜곡되어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습니다.
이 모든 것이 역사 교육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정치인들이 이런 중학교 수준의 역사 상식에도 무지하니까 국가적으로 끝내주는 대접을 받아줘야 마땅한 고부가가치 창출의 이공계들을 천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RnD 예산 삭감은 덤이고요.
위에서 짓누루는 일본과 아래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중국의 대환장 콜라보
https://www.yna.co.kr/view/AKR20231010170900073
국가 보전에 필수적인 군인을 속된 말로 군바리라고 비하하고 그들에 대한 처우를 막대해주다가 나중에 전쟁에 지고 나서 후회해도 할 말 없습니다. 아니 멸망하고 나서 후회라도 할 지도 의문입니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이공계의 위기를 타파하는 방법은 아주 효과적이고 확실합니다. 의사를 초월하는 수준의 대우를 해주면 됩니다.
저는 사회를 바라볼 때 본질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수많은 편견과 이념 때문에 현실을 왜곡해서 보는데, 역사를 배우다 보면 본질을 바라볼 수 있는 객관적인 능력이 길러진다고 생각합니다.
https://orbi.kr/00055542126 - 46편 통일
https://orbi.kr/00056188275 - 47편 여성 인권의 역사
https://orbi.kr/00056394883 - 48편 병기 안정성
https://orbi.kr/00057461810 - 49편 제식 총기와 변화(1)
https://orbi.kr/00057467772 - 50편 제식 총기와 변화(2)
https://orbi.kr/00057528396 - 51편 부자는 망해도 3대가 간다
https://orbi.kr/00058038552 - 52편 묵시록의 4기사
https://orbi.kr/00058218418 - 번외편 히틀러는 과학적이었을까?
https://orbi.kr/00058536467 - 53편 공세와 수세
https://orbi.kr/00059636600 - 스트레스는 망치질, 단조와도 같다
https://orbi.kr/00059950719 - 55편 균형
https://orbi.kr/00061292641 - 56편 북한 무인기 도발 사건
https://orbi.kr/00061720912 - 57편 미중 갈등과 병자호란
https://orbi.kr/00061992319 - 58편 휴식의 중요성
https://orbi.kr/00062181387 - 59편 사과의 논리
https://orbi.kr/00063325047 - 60편 기후와 창의성
https://orbi.kr/00064863283 - 61편 본질
https://orbi.kr/00065603709 - 62편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도전
https://orbi.kr/00068103250 - 63편 목적 의식과 비전
- 64편 조선 도공과 이공계의 위기
알고리즘 학습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https://blog.naver.com/nambooki72/221912423246 - 2편 유형별 학습
https://blog.naver.com/nambooki72/221912424359 - 3편 시간차 훈련
https://blog.naver.com/nambooki72/221912425030 - 4편 요약과 마무리
학습이란 무엇인가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https://orbi.kr/00024314406 - 6편
https://orbi.kr/00027690051 - 번외편 문과와 이과
https://orbi.kr/00030479765 - 7편
https://orbi.kr/00033799441 - 8편 + <수국비> 광고
https://orbi.kr/00038536482 - 9편 + <수국비> 광고
https://orbi.kr/00038794208 - 10편
https://orbi.kr/00038933518 - 11편 마지막
<수국비 상>
https://docs.orbi.kr/docs/7325/
<수국비 하>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찍어보고싶다 흠
-
입대 시점은 고민중입니다만 1년 안엔 가지 않을까 싶어서요... 혹시 그 전에 하면...
-
질받 1
연애 중입니다
-
화2가 낫다는 거는 뭐지 재수를 원한다면 화2가 맞다 수능에서 가장 재능타는 과목이...
-
바이바이
-
올해 사관학교 미적분 28번과 수능 미적분 28번 같은 교수님이 내심? 0
문제형식이 유사하고 수능에서는 계산을 더 물어봄
-
두각 라이브반 0
두각은 시대처럼 라이브반 없나요? 올해 의대관 다니면서 김진영쌤 수업 너무 좋았어서...
-
마라톤 완주하면 메디컬 가능한가요
-
커트 코베인 5
락 음악 역사상 최고 GOAT
-
올해 모논 다들 풀어보셧나요?
-
라면사리를 곁들인. . .
-
한 번 더 하면 세 급간정돈 가능할거 같음
-
주짓수나 복싱은 스파링 무서워서 못하겠음 어릴 때 스파링하다가 상대가 엎어치기...
-
개념은 예전에 한두번 돌린적이 있는데 뉴런들어도 될까요?
-
좀보자
-
그 숫자아닙니다~
-
백분위 메가기준 화미생지 91 81 2 89 91 공대 어디 가능한가요 그리고 지금...
-
본인이 코논데 옆방에서 누가 비망록 부르고 있다? 들어오세요 같이 부르죠
-
좀미쳐있는사람들이 유리한게임임
-
지금 한서삼 라인인거로 아는데 저기서 더 떨어지면 강원대 수원대 강남대 이런 곳인데...
-
회 먹고 싶은데 7
피자도 먹고 싶음...
-
올해 수능 원점수로 언 미 생윤 사문 100 100 44 50 나와서, 우선 이화의...
-
개념강의+복습+기출 이후 하루 30분정도 투자하면되나요? 하루 1시간이상써야되고...
-
심심하니 4
소금을 먹어야겠어요
-
잔다해놓고안자기 7
-
정시의벽
-
싫어요
-
어제는 많았잖아
-
이제 고3올라가는 고2입니다 내신을 버리고 정시를 준비중이라 겨울방학에...
-
독도는! 2
-
작년 이맘때에 올라온 글인데 기가 막히게 적중했네요;; 올해도 있으면 좋겟는데
-
왤케 턱턱 막히죠 자연이랑 아예 다르네
-
58kg임.. 15
실화냐..
-
화장도 안하는데 이쁜 10
화장도 안하는데 눈코입 다 쨍하고 얼굴 비율 그냥 고양이 ㄷㄷ이런 사람이랑...
-
탐구 하나 확정1인거 빼고 국어는 1점차로 2고 수학 메가2컷 부산교육청3 영어...
-
십덕의 오노추 2
https://www.youtube.com/watch?app=desktop&v=1RQ...
-
근데 눌러서 2번 봤더니 옯붕이더라...
-
난 오르비언들 사랑해 24
내가올해살아있을스있었던건 다너희들덕분이야 진짜로사랑해 진짜로...
-
프사 ㅋㅋ
-
의대증원 정시 0
현재 확률뜨는건 의대증원 고려해서 내려간 입결 기준으로 뜨는건가요??
-
목이 아프군아 4
목캔디가 필요해
-
미적vs기하 과탐vs사탐 뭐 추천??
-
나를 허락해준 세상이란
-
아 진짜로 5
대학원 준비해볼까
-
1M 이상이면 음수 아니냐
-
가챠 타임은 언제나 도키도키! 그 결과는.....!! 카나!!! 사실 카나를 그리...
-
연고대 목표로 반수하려는데 미적에서 확통으로 바꾸는거 괜찮을까요 ㅠㅠ 공통 3틀에...
-
근데 돈 아껴야 해서 가기 싫음.. 결론: 돈 좀 주세요
-
23수능이 마지막이었는데, 그때랑 많이 차이날까요?? 저는 고1수학 유기하고...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