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독해 능력(literacy)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만 요구하는 직업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한 세대 전에 일어난 큰 변화로 일자리와 독해 능력이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know-how가 중요하던 시절이 지나고 know-where, 즉 나에게 필요한 지식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단지 필요한 지식을 알기만 하면 그 다음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 때가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그저 네이버 지식인에서 검색해서 많은 질문을 해결합니다.

하지만 지식이 너무나 방대해지고 세분화된데다가 융합적 지식이 필요한 때가 되니 자신이 접해보지 않은 지식을 접해야 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디에 그 지식이 있는 줄 알고 실제로 눈 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까막눈이라면 활용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여기서의 까막눈은 문맹이나 외국어를 모른다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낯선 지식에 대한 해석 능력, 즉 독해력을 말합니다.

이런 이유로 방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한 지식 기반 사회의 도래, 노동 시장의 세계화 등의 변화에 따라 이제 독해 능력은 경제적으로나 사회 참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능력이 되었습니다. 독해 능력은 각 개인이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고, 학문적으로 성공하고, 범죄 가담을 피하며, 사회적 활동을 하는데 큰 의미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지식이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저장해 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식 기반 사회가 되자 엄청난 양의 새로운 지식을 날마다 접촉하게 되어 아무리 많은 양의 정보를 기억한다 해도 실제로 접촉하는 양의 극히 일부밖에는 저장할 수가 없습니다. 전문성을 갖기 힘든 때론 낯설기까지 한 다양한 영역의 새로운 지식을 접할 때마다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새로운 지식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활용하는 수용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해력입니다.

대입의 성공의 보이지 않는 열쇠이기도 하고, 자기주도학습능력이기도 하고, 대학에서의 학습 능력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더 중요하고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