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 ll [370589] · MS 2017 · 쪽지

2013-11-08 02: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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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이 배신했을 때 죽고만 싶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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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때 수능을 망쳤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시험 끝나고 온가족이서 스테이크 먹으러 가자고 근처 레스토랑에 예약까지 해놓고

이모 삼촌 외숙모 다 기다리고 계시는데 사람들 붐비는 길거리에서 펑펑 울면서 집에 갔습니다

집에 제 발로 걸어갈 정신상태도 아녀서 엄마가 겨우 데려다줬어요

바로 방에 처박혀서 몇일간 나오지 않았습니다 끼니도 다거르고..

눈을 뜨면 이게 현실이고 피할 곳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 두려웠고 죽을것 같이 힘들었어요

그렇게 열심히 했었는데 진짜 너무너무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저는 그게 정말 너무 궁금했어요

신한테 묻고 싶었어요  나한테 이 점수를 준 이유가 뭐냐고

내가 여기서 좋은 점수를 받았더라면 그게 나한테 더 큰 교훈이 됐을텐데

아 나도 하면 할수 있구나란 자신감을 얻었다면 그게 더 의미가 있었을텐데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는거에요

전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내가 이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게 없는거에요

그냥 거지같은 점수를 받은거 그게 끝인거에요

아무리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수가 없었어요



난 문제가 있으면 무조건 답이 있어야 되거든요  안그럼 담으로 못넘어가는 성격이라

나한테 이런 상황이 주어진 이유가 뭘까  뭘 얻으라고 한걸까,  엄청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제가 내린 결론은 이거였어요

'때로는 그냥 아무 이유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도 있는거구나

그럴땐 특별한 이유를 찾지말고 받아들이는게 현명한거구나.'

그거말곤 답이 없더라구요



엄청 무기력해보이고 한심해보이고 밑도끝도 없는 얘기 같지만

난 내 인생에서 던져진 질문들중에 가장 현명하게 답을 내렸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전 재수도 실패했었거든요

근데 내가 재수할 때는 더이상 실패가 두렵지 않았어요

백퍼 성공할거라는 자신감 때문이 아니라 말그대로 실패 자체가 두렵지 않았어요

그게 실패면 그냥 받아들이는거에요



아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

내가 너무나도 간절하고 절박하게 원하지만 난 정말 죽을만큼 최선을 다했고

내가 최선을 다한게 여기까지였다면 그럼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보다

앞으로 칠팔십 평생을 살면서 못이룬꿈이 수도 없이 생각나겠고

죽을때까지 한이 될수도 있겠지만, 이게 끝은 아니니까

그런 생각이었어요



첫사랑 생각해봐요

아니면 진짜 죽을만큼 좋아했던 짝사랑 같은거

아는 누나가 그러더라구요, 애딸린 누나가

아직까지도 생각만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답답해지는 사람이 있다고

희미해지긴 하지만 절대 잊혀지지는 않는다고 그러더라구요

나도 그런 사람이 있고요

죽어도 다시 안돌아올거 알면서 평생 그사람 끝까지 쫓고 붙잡는다고 그사람이 돌아올까요?

아마 그 누나는 평생 그 사람 생각이 날때마다 가슴이 답답할거에요  어떤느낌인지 알아요

근데, 그냥 그거 안고 사는거에요



그냥 받아들이는게 답인 경우도 있는거같아요

그냥 그 상황이 나에게 뚝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받아들여야하는 상황이 있어요

첨엔 힘들고 괴롭지만

잊혀지진 않겠지만 언젠간 떠난 사랑처럼 희미해지고

그사람만큼 미친듯이 좋아하는 사람을 찾을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다른 사랑이 찾아오듯이

그냥 또 새로운 phase의 시작인 거에요



왜냐면요 지금은 진짜 죽을것같이 너무 힘들고 미칠것 같지만

믿기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살다보면 수능실패는 진짜 아무것도 아닐만큼

너무나도 괴롭고 어려운 상황들이 수도 없이 올거거든요



기운내라는 위로가 아녀서 미안해요

근데 현실적인 조언이 있다면 도움이 될까해서 잡소리 적어봤어요

난 내가 내렸던 이 답에 너무 많이 도움을 받았거든요 여태껏



난 그래서 결국 재수 실패하고 내가 원하던 대학에 못갔어요

근데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난 할만큼 했고, 최선을 다했는데 안됐어  이건 내길이아니야

평생 생각나겠지만, 이젠 다른 phase가 시작되겠지  어떤 지잡대를 들어가도 이젠 상관없어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누군 체념적이라면서 비판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난 이상과 현실에는 적절한 밸런싱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어디까지나 정도의 차이인거죠






결국은요

저는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삼반수를 하게 됐어요

절대 내가 목표하던 대학에 다시 들어가고 싶다거나 하는 이유가 아니라

정말 생각지도 못한 완전히 다른 이유로 삼반수를 했어요

그 결과 내 인생 예상 경로에는 있지도 않은 엉뚱한 대학, 과에 입학하게 됐고

난 여기서 내 인생의 2막이 열렸다고 생각해요



결국 새 시작은 찾아와요

힘든 것도 서서히 아물거에요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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