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cri [2] · MS 2002 · 쪽지

2013-06-14 13: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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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을 가진 사람 (The Theta Ho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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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heta Holder

주유소에 가면 기름 1리터를 주유하는 데 2,000원 정도를 받습니다. 그러면 1년 후에 기름 1리터를 2,100원을 주고 주유할 수 있는 권리는 얼마일까요? 아니, 그걸 떠나 2,000원짜리 기름을, 기름값보다 더 비싼 2,100원에 넣는다는 것이 ‘권리’이기는 할 수 있는 걸까요? 

답은 ‘예’입니다. 심지어 그 권리는 아마 100원은 줘야 살 수 있을 겁니다. 아직 감이 안 온다면, 30년 후에 기름 1리터를 2,100원을 주고 주유할 수 있는 권리는 얼마일까요? 잘은 몰라도 몇 천원은 될 겁니다.

왜 지금보다 더 비싼 가격에 상품을 살 수 있는 것이 ‘권리’이고, 사람들은 그 권리에 값까지 매겨서 사고 파는 것일까요? 그것은 남아있는 시간 동안 그 상품의 가격이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남아있는 시간이 길수록 살 수 있는 권리의 가격을 더 비싸게 쳐주는 것은, 그 시간 동안 상품의 가격이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고, 오르더라도 훨씬 더 많이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시간, 다시 말해 가능성이 없다면 거기에는 값도 없죠. 2,000원의 기름을 ‘지금 당장’ 2,100원에 넣을 수 있는 권리는 100원이 아니라 -100원입니다.

요컨대, 시간에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비로소 시간에 값을 매깁니다. 그리고 시간에 값을 매길 수 있게 해주는 그 ‘가능성’을 금융학에서는 어려운 말로 ‘Theta(θ)’라고 부릅니다.

오르비에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사실 백이면 백 엄청난 부자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들은 가능성을 쥐고 있는 사람들(theta holders)이기 때문이죠. 이제 스물 전후의 나이를 먹은 여러분들에게는 엄청나게 긴 잔여수명이 남아있고, 아직 사회 생활은 시작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분의 기름값, 다시 말해 여러분 본인의 가격이 변할 수 있는 가능성도 너무 큽니다. 그 가능성을 여러분은 쥐고 있고, 그것을 돈으로 환산하면 대부분의 어른들보다 여러분들은 더 부자가 됩니다.

2,000원인 1리터의 기름을, 1년 후에 2,100원에 살 수 있는 권리가 100원이라 하였지만, 6개월이 지나서도 기름값이 여전히 2,000원이라면 그 권리가 여전히 100원일까요? 아닙니다. 아마도 그 가격은 60원 정도까지 떨어질 겁니다. 기름값이 오를 수 있는 시간이 절반밖에 남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기름값이 6개월 사이에 2,050원까지 올랐다면? 그 권리의 가격은 110원으로 오히려 올라있을 것입니다. 만약 기름값이 이미 2,100원이라면? 그 권리의 가격은 거의 160원은 될 것입니다. 처음보다 60원을 더 벌었죠.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도 여러분이 변화가 없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다면, 여러분은 계속 잃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의 잔여수명은 줄어들고 있고, 여러분의 가능성의 값은 떨어지고 있지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떨어지는 가치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여러분은 매 순간 더 나아져야 합니다. 여러분 자신의 기름값, 즉 본질적인 가치가 올라야만 여러분의 값을 올리거나, 최소한 유지라도 할 수 있습니다. 



The Adventure to the Treasure Island

지금 이 순간 여러분 자신의 본질적인 가치를 가장 빠르게 올려줄 수 있는 투자는 공부입니다. 일단 공부를 해야 무엇이 내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지, 무엇이 내 인생을 시궁창에 빠트리는지를 분별할 수 있고, 그것을 알아야 시궁창으로부터 빠져나올 기회가 내 앞에 주어졌을 때 그것이 기회인지 알아 볼 수라도 있습니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여러분 자신의 값을 더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시절, 젊은 시절에 공부를 하는 건 보물섬을 찾아 가는 지도를 얻는 것과 같습니다. 열심히 공부를 해서 지도를 손에 쥔다고 하더라도, 내 손에 보물이 있는 것은 아니지요. 보물섬을 찾아 떠나는 모험은 별개의 문제이고 또다시 새로운 고생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지도가 없으면 보물섬을 찾아 떠날 수도 없죠. 적어도 공부를 하다 말면 지도가 있는지를 알고 누군가는 그 지도를 찾아 모험을 떠나겠구나라는 생각이라도 하지, 공부를 아예 안 하면 보물섬은 커녕 지도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모르죠.

아직 손에 보물이 없더라도 보물섬 지도를 가진 사람에게 투자자는 값을 쳐주겠죠. 그리고 암초도 그려져 있고, 지름길도 그려져 있는 좋은 지도를 가진 사람에게는 더 비싼 값을 쳐주겠죠. 

아무튼 그러니까 공부를 하세요.  
보물섬으로 가는 지도를 얻기 위해서, 
나이를 먹으면서 떨어지는 시간의 값을 보상하기 위해서.



The Theta Seller

여러분들은 태어나는 순간 잔여수명, 혹은 ‘가능성’이라는 권리를 자동으로 샀습니다. 그 순간 사회에 생존해 있는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던 평균 잔여수명보다 적어도 40년은 더 가지고 있는 상태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태어나자마자 부자였던 것이죠.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부자이니까 강자인 것일까요? 그럴리가요. 권리를 사는 사람은 약자이고, 권리를 파는 사람이 강자입니다.  여러분에게 잔여수명, 다시 말해 가능성을 파는 강자(theta sellers)는 누구인가요?  …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여러분들은 부모님이 보험을 사는 모습을 많이 보았을 거에요. 보험이라는 것은 긴 시간 동안 희박한 확률의 일이 벌어질 가능성을 사고 파는 행위죠. 예를 들어 부모님께서 화재 보험에 가입하였다면, 집이나 공장에 불이 나서 재산을 모두 잃을 것이라는 희박한 확률의 일이 일정 시간 내에 일어날 가능성을 두고 보험회사와 거래를 맺은 것이죠. 보험이 만료될 때까지 여러분의 집이나 공장에 불이 나지 않았다면 여러분은 이 거래의 패자가 됩니다. 좀 웃기는 이야기지만, 거래 자체만 두고 보면 모든 걸 홀라당 다 태워먹어야 거래의 승자가 되죠. 적은 보험료를 내고 엄청난 보상금을 받게 되니까요. 

그럼, 이야기의 시점을 조금 바꾸어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들은, 부모님이 보험을 파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보험, 다시 말해 희박한 확률이 벌어질 가능성을 팔기 위해서는, 왠만한 풍파(확률)에는 흔들리지 않는 거대한 바다와 같은 자본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보험업을 하려면 아무리 적어도 수천 억의 자본이 있어야 하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보험회사의 자본은 불어납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의 부모님과 보험사는 1%의 확률로 1억원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의 가격을 100만원이 아니라 200만원에 사고 팔았거든요. 그 1%의 확률이 벌어지면 보험사는 9800만원의 손해를 보지만, 그러한 거래가 수백 건이 되면 보험사는 거래가 이루어질 때마다 결과적으로 100만원을 법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성을 팔 수 있는 사람이 강자, 가능성을 산 사람은 약자입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죠. 여러분은 잔여수명이라는 가능성을 태어나는 순간 산 엄청난 부자이지만, 여전히 약자입니다. 

가능성을 파는 사람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빨리 변할수록, 또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움직일수록 돈을 잃습니다. 처음의 예로 돌아가 보죠. 지금 가격이 1리터에 2,000원인 기름을 1년 후에 2,100원에 넣을 권리는 값이 매겨져 팔린다고 하였습니다. 아마도 100원 정도일 거라 하였고요. 그럼 이번에는 기름이 아니라 돼지고기의 예를 들어 보죠. 지금 가격이 100g에 2,000원인 돼지고기를 1년 후에 2,100원에 살 수 있는 권리에도 값이 매겨져 팔릴 것입니다. 그런데 한 번 이런 가정을 해 보죠. 기름은 그 값이 보통 하루에 5~10원 정도 움직이는데, 돼지고기는 하루에 50~100원 정도 움직인다. 그러면 2,000원인 돼지고기를 1년 후에 2,100원에 살 수 있는 권리의 값도 기름처럼 100일까요? 아니겠죠. 그 값은 1,000원도 넘을 것입니다. 돼지고기 100g이 앞으로 1년 후에 2,100원보다 비싸질 가능성이 기름 1리터가 2,100원보다 비싸질 가능성보다 훨씬 크게 되니까요.

마찬가지로, 여러분의 삶이 변할 가능성이 높을수록, 여러분의 잠재 가치는 더 높아지고, 여러분은 같은 잔여수명을 가지고 있더라도 더 부자가 됩니다. 그러면 손해를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바로 여러분에게 가능성을 판 사람들이죠.

가능성을 판 사람들이 돈을 더 많이, 더 쉽게 벌기 위한 방법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바뀌는 정도와 속도를 줄이는 것입니다. 기름을 2,100원에 넣을 권리를 100원을 받고 ‘판’ 사람 입장에서는 기름 값이 2,200원이 넘어야 손해를 봅니다. 만약 하루에 5~10원 꼴로 변하던 기름 값이 1~2원 꼴로 변하기 시작하면 훨씬 더 이익을 보죠. 왜냐하면 2,000원인 기름 값이 2,200원까지 올라오기 훨씬 더 힘들어지니까요.

누가 여러분에게 가능성을 팔았나요? 그들은 이미 가능성을 팔아서 많은 돈을 번 사람들 혹은 사람으로 특정하기조차 힘들어 보이는 집단들입니다. 마치 여러분들의 부모님에게 화재보험을 팔았던 보험사처럼요. 그들은 규칙을 만들고 여러분을 구속합니다. 의회에서 입법을 하고, 국가를 만들고 세금을 걷죠. 그리고 최종적으로 교과서를 써서 그 모든 것들이 옳다고 선언합니다.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이 정해져 있는 한 방향으로 달릴수록 가능성을 파는 사람들이 이길 확률은 높아집니다. 정해져 있는 길을 향해 경주하고, 정해진 비율의 승자가 나오고, 정해진 비율의 패자가 나오고, 그 패자들이 다시 새로운 게임에서 정해진 비율의 승자가 되기 위해 도전하고. 하지만 이 ‘정해진 길’의 승자는 ‘정해진 보상’을 받게 되어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가능성을 파는 사람들은 그만큼의 보상만을 대비해 놓으면 됩니다. 수백만 명의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의 시간을 태워 얻은 100 중에서, 50은 그들이 가져가고, 40은 그 중의 승자에게 몰아주고, 10은 패자가 죽지 않고 간신히 다시 정해진 길을 향해 뛰어들 희망을 유지하게 하기 위해 나눠주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정해진 길로 뛰어들수록, 가능성을 파는 사람들은 더 큰 이익을 보게 됩니다.



Against the Fear

우리 세대가 가장 흔히 뛰어드는 ‘정해진 길’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해진 길에 편입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나요?

2,000원의 기름값이 하루에 움직이는 정도가 10원이라 해서, 그것이 항상 그 다음 날 2,010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2,010원이 될 가능성이 반, 1,990원이 될 가능성이 반이죠. 변동성이 크다고 해서, 모험을 더 감수하겠다고 해서, 그 길의 끝에 항상 승리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큰 승리가 있는 만큼 큰 실패도 있죠. 

많은 젊은이들이 잔여수명 동안 크게 실패하지 않을 대가로, 기꺼이 크게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불하고자 합니다. 그들은 안정이라는 작은 보상을 원하죠. 이것은 현재 2,000원인 기름을 2,100원에 살 수 있는, 아마도 100원은 됨직한 권리를 10원을 받고 팔아치우는 일과 같습니다. 시간이 가진 가능성을, 많은 사람들은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 2,000원 짜리 물건을 2,100원에 살 수 있다는 것이 ‘권리’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휴짓조각과도 같은 권리를 10원에 팔았다고 환호합니다. 물론 기름값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도 더 이상은 없죠.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가능성을 휴짓조각으로 보고, 10원에 팔아넘기게 될까요? 

2,000원이 2,100원으로 오를 희망보다는, 1,900원으로 추락할 공포가 더 크게 느껴질 때이죠. 그렇기 때문에 ‘가능성을 파는 사람들’은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어넣습니다. 그렇게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가능성을 더 일찍 헐값에 팔아치우고 ‘체제’에 편입할수록, 가능성을 파는 사람들은 더 부유해 집니다.

우리 주변에는 그렇게 가능성을 일찌감치 팔아치운 사람들과, 잔뜩 겁을 집어먹은 ‘어른’들이 가득하죠. 왜 여러분들은  잔뜩 겁을 집어먹고 이리저리 쫓기며 시간을 팔아서 본전치기도 하지 못한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나요?


공부하세요, 그리고 정해지지 않은 길로 도전하세요.

젊음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시간은 무엇이든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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