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은 고백 [531407] · MS 2014 · 쪽지

2016-02-21 01: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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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종마녀썰<5> 마녀와 선녀는 한 끗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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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부지역 일반고 출신인 A모양은 뽀얀 피부와 특유의 동그란 안경알에서 나오는 귀여운 외모를 소유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은 다름아닌 성실함이었다. 매일 혼자 밥을 먹으면서까지 식사 시간을 자습 시간으로 활용하였고 주말 자습도 성실히 참여했으며 수업 시간의 집중도도 상당히 좋았다. 그러는 그녀에게 남자친구는 커녕 그냥 친구조차 없었다. 늘 남들보다 일찍 와서 자습을 했고 남들보다 20분 늦게 귀가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한편 대한민국 최고 명문고라 불리는 학교 출신의 B모군은 그런 그녀를 눈여겨보았고 참 괜찮은 처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많은 남성들이 귀여운 그녀의 모습에 한 번 눈길이 가고 그녀가 소통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 거 같자 등을 돌리는 반면, B모군은 그녀를 추양하며 따라하기에 이르렀다. 멀쩡한 친구들 놔두고 혼자 밥먹기 시작했고 남들보다 일찍은 못와도 꼭 15분~20분 정도 늦게 나가서 2호선에서 그녀를 보기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하루는 반을 섞어서 수업을 듣는 제2외국어 수업시간이었다. B모군은 너무 피곤한 나머지 수업 시간에 살짝 졸고 말았다. 그러자 누군가가 마치 의도한 듯 의자를 발로 살짝 찼다. B모군은 살짝 잠에서 깻다. 하지만 이내 다시 졸음이 쏟아졌다. 그러자 또 다시 뒤에 있는 사람이, 아까보다는 좀 더 세게 의자를 발로 찼다. B모군은 약간 화났고 누군가 싶어 뒤를 돌아봤는데 A모양이 고개 숙여 필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B모군은 그냥 우연찮게 발이 의자에 부딫힐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일부러 자기가 자는 걸 깨어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공부했다.
그 달 B모군은 6월 모의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에도 둘은 그 누구도 서로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우연히 서로 혼밥을 마치고 식당에서 나와 교실로 가는 순간에 마주치더라도 서로 어색한 눈맞춤만 있었을 뿐 누구하나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재종 수업 마지막 날 하루 전, 사실상 재종에서 먹는 마지막 점심이었다. 그 날도 B모군은 어김없이 우리와 밥을 먹지 않았고 혹시 모를 순간을 기대하며 혼밥을 실행했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묵묵히 밥을 먹고 있는데 남는 자리가 수도 없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A모양은 B모군 앞에 베트남어 단어장을 내려놓고 그 옆에 앉았다. A모양과 B모군이 대각선으로 앉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어색함, 이 눈맞춤, 이 순간마저도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B모군은 먼저 말을 걸고 싶었지만 얼음공주처럼 공부하는 A모양의 모습을 보고는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B모군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조금이라도 늦게, 천천히, 밥을 꼭꼭 씹으며 먹는 것 뿐이었다. 그 날, B모군은 반찬으로 나온 계란찜 사이에 박힌 파, 게맛살까지 잘근잘근 씹을 정도로 밥을 천천히 먹었다고 한다. 

무사히 학원은 종강이 되었고 B모군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대학 진학에 나름 성공했다. 

놀라운 사실은 A모양과 B모군이 같은 대학 같은 과 진학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둘은 OT에서도 마주쳤고 신입생환영회에서도 마주쳤지만 아직도 한 마디의 대화없이 서로 어색한 눈인사만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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