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어 풀어본 과외선생의 후기
국어 과외를 하는 한 대학생입니다. (주로 비문학, 문법만 수업함)
원래 현장에서 국어만 신청해서 보려했으나.. 원서 신청의 귀찮음으로 인해 실패..ㅠㅠ
학교에서 대기타다가 11시 15분 국어 시험지가 오픈되자마자 B4 사이즈로 인쇄해서 시간재고 풀었습니다.
그냥 개인적인 후기 짧게 남겨볼게요..
1~10 (화작) : 정말 쉬웠습니다. 원래 수능 화작은 6, 9월보다 훨씬 까다로운데 이번 화작은 수능답지 않게 너무 쉽게 낸 것 같네요. 그래서 3번 틀렸습니다ㅋㅋㅋㅋㅋ아니 사람이 위아래가있지 어디서 감히 반대2가 1보다 먼저나옵니까..동방예의지국의 예의바른 청년으로서 납득할 수 없ㅡㅂㅣ다....
11~15 (문법) : 어려웠습니다. 맨날 과외학생 문법 숙제좀 해오라고 갈구기만하고 선생은 공부안한 티가 나네요. 2개나 틀렸습니다.. 13번 저도 틀렸고 학생들도 아마 많이 틀렸을 것 같네요. 나머지 문제는 그래도 문법 공부 열심히 했다면 맞출 수 있었을 겁니다. 반성중입니다.....
<< 여기까지 20분 걸렸습니다 >>
16~20 (포퍼와 콰인) : 역대급 지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문 읽다가 3단락 후반부에 '총각' 예시를 드는 부분에서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꼈습니다. "예시는 예시일 뿐 핵심은 아니다!" 머릿속에서 수업하는 제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는걸 듣고 정신차려서 일단 스킵했습니다만... 일개 과외선생이긴 하지만 비문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웬만한 비문학 지문들은 손바닥안에 두고 가지고 노는데, 이번 지문은 읽는 내내 지문에 질질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항상 해왔던 대로 포퍼를 A, 콰인을 B로 두고 차이점 중심으로 대조 파악하면서 진짜 억지로 머릿속에 우겨넣었네요.
사실 지문보다는 문제가 상당히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16번, 19번이 상당히 어려웠던것 같네요.. 다행히도 선지 하나씩 지워나가다보니 1개 남길래 겨우 맞췄습니다. (아 참고로, '비판'하라는 문제는 보통 비판하라는 대상의 주장을 말하고있는 선지를 다 지우면 답이 나옵니다) 겨우 다 맞긴 했는데, 시험장에서 풀었어도 다 맞았을 거라 장담 못하겠습니다. 아무튼 미친 지문입니다. 한 13분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21~26 (박씨전, 시장과 전장) : 매우 익숙한 지문인 박씨전과 매우 생소한 지문인 시장과 전장이 섞였습니다. (EBS 연계일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연계교재를 안푸니..) 거기에 비문학 한 지문은 덤이네요. 고마워 미칠 지경입니다. 그래도 이런 복합 지문은 쉬운 지문부터 한 지문 읽고 해당 문제풀고.. 이렇게 끊어 풀면 생각보다 금방 풉니다. 평이한 난이도의 지문들이었던거 같은데 이미 포퍼와 콰인에게 구타당한 후라 더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아마 앞지문에서 쓴 시간을 만회하겠다는 압박감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시장과 전쟁이 잘 안읽혀서 고생좀 했습니다. 23번 살짝 고민했고, 25번에서 버벅댔습니다. 물론 문제는 다 맞았습니다.
<< 여기까지 46분 걸렸습니다>>
27~32 (구름의 파수병, 느낌 극락같은) : 쉬웠습니다. 둘 다 생소한 지문이었지만, 현대시는 시 자체가 매우 쉬웠고, 희곡은 지문 자체는 어려웠으나 문제가 상당히 쉬웠던 것 같습니다. 희곡도 문제 어렵게냈으면 등급컷 80점대로 떨어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6문제나 있어서 짜증났지만 어렵진 않아서 푸는데 오래걸리진 않았습니다.
33~36 (반추위) : 쉬웠습니다. 이 정도 지문은 손바닥안에서 가지고 놀 수 있어야 합니다. ㉠ 문장이 글의 핵심 문장이고, 반추동물은 '비섬유소'와 '섬유소'를 모두 에너지원으로 이용한다고 했으니 분명 두 개를 나열할 거라는 걸 예측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문단에서 섬유소 (F)가 나오고 3문단에서 비섬유소(S), 4문단에서 섬유소2 (L)가 나옵니다. 평가원에서 굉장히 많이 나왔던 구조의 글입니다. 한 6~7분가량 걸렸던 것 같네요.
<< 여기까지 63분 걸렸습니다 >>
37~42 (보험) : 어려웠습니다. 글이 길고 39번 문제가 난해해서 그렇게 느껴진 거 같은데, 사실 앞에 포퍼와 콰인 지문만큼 어려운 지문은 아닙니다. 이러한 구조도 사회 기출지문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올해 9월에도 나왔던 기억이..) 소재/배경지식 제시 (1~2문단) - 문제점 제시 (3문단) - 해결책 제시 (4~6문단) 이런 구조인데, 전에도 자주 그랬듯이 역시 이번에도 해결책 문단에서 법과 관련한 내용이 나왔습니다.
39번이 좀 까다로웠는데, 그나마 문제를 지문 전체에서 내지않고 [가]로 한정해서 내서 천만다행입니다. 수업할 때 항상 "과학, 기술지문에서 수식이 나올 때는 글로 풀어져서 나오기때문에 옆에다가 다시 한 번 깔끔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 문제도 '기댓값 = 확률 × 보험금', '보험료율 = 보험료/보험금'만 써놨으면 계산이 좀 걸려서 그렇지 맞출 수 있습니다. 물론 '공정한 보험'이라는 건 체크 하셨겠죠. 그래도 지문도 길고 6문제 짜리라 11~12분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
<< 5분 남았습니다 >>
43~45 (연행가) : 시간이 5분밖에 없어서 정말 날림으로 풀었습니다. 한 2분간은 지문보고 멍~했습니다. 처음보는 지문이고 길이도 길고 내용이 머릿속에 하나도 안들어왔습니다. 그러다가 제목 한번 보고, '타국 객이 귀심(歸心)..' (한의대에서 한자공부 열심히 한게 이런데에 도움이;;), '언어가 같지 않아 말 한마디 못 해보고..' 보고서 "아!! 글쓴이는 지금 다른 나라에 있는 처지구나"라고 감이 오더군요. 감 오자마자 1분만에 3문제 후다닥 해결했습니다. 시계보니까 2분 남았네요. 시험장이었다면 마킹까지 하려면 빠듯했을 것 같습니다.
<< 2분 남기고 시험종료 >>
총평 : 어려웠습니다. 1등급 컷은 92점 예상합니다. (진짜 11시 15분에 시험지 풀자마자 채점도 하기 전에 예상한 점수임. 진지함.) 제 점수는 화작문 3개틀려서 94점 이네요..
9월에도 평가원이 문항을 문학부터 배치해서 살짝 거슬리지만 그냥 넘어갔는데, 이번에는 아예 문학 비문학을 섞어서 내니 굉장히 짜증나더군요. 보통 화작문 20분, 비문학 30분, 문학 25분, 마무리 5분으로 시간 배분을 하는 저에게는 이렇게 섞어서 나오는 시험에서는 시간 배분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웠습니다. 지문 당 문제도 엄청 많고 하니까 한 지문 푸는데에 시간이 오래걸려서, 내가 지금 느리게 푸는건지 빠르게 푸는건지 감이 잘 안오더라고요...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건 6월, 9월에는 문제 배치가 파격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글의 구조도 파격적인 비문학 지문들이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좀 더 기출 스타일에 가깝게 출제했다는 거? 저때는 일명 '비문학 기출무용론'까지 나왔었는데, 확실히 아직은 기출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문학은 항상 도움된다고 생각하구요) 항상 하는 말이지만 기출을 풀때 비문학은 '글의 구조', 문학은 '선지의 용어' 중심으로 공부하심 됩니다.
여하튼 역사에 길이 남을 지문을 현장에서 만나신 위대한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수능은 입시의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제 2의 수능인 논술이 남았고, 5교시 원서영역이라고 불리는 정시 원서접수가 남았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메가 김기현T 아이디어, 싱커 완강에 수1커넥션 완강했고 수2는 개어려워서 잠시...
-
전 없어요 중학교 때 누가 우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주변애들이 몰래몰래 욕하는 거...
-
객관적으로 나이먹고 정시로 의대가는거 쉬운게 아님 14
고등학교 애들이 보는 시험이라고 해가지고 수능 만만히 보는 경향이 좀 있는 거...
-
성적표(국어만) 2
다른 과목은 부끄러워서 못 올리겠다.. 9모때는 다른것도 잘 맞아올게
-
드릴드 수2 시즌1은 거의 다 그냥 가형 변형이네요 1
그냥 가형 문제 함수를 초월함수가 아닌.. 다항함수로 푸는 느낌..
-
연계 사실 없지?
-
종이는 아닌거같은데 뭔 재질이지
-
내신 Bb 원원 한다는 가정에 지방치대 정도 되나?
-
올오카다시.. 0
지금현역입니다올오카3월안에완강했렀는데 내신하느라 뭔가 감을 잃은 느낌이에여 문학은...
-
이런여초커뮤 가입자가 85만이라..
-
잇올 성적표 1
잇올 다니는 재수생인데요. 6모는 학교에서 봤고 성적표는 사진으로 받았는데요. 근데...
-
1등급이 9.6명(반올림하면 10명?)인 생윤에서 제가 내신을 중간 때 9등...
-
n수가 n수를 낳는다 무한반복 저 또한 밀려서 재수중이고 다시 누군가를 밀어내고 그...
-
평가원난이도인 쉬운실모를풀어야..
-
어떻게 독해해서 푼 문제는 다 틀리고 배경 지식으로 찍은 문제는 맞냐 ㅠㅠ 운좋은 저능아라 우렀써
-
두각 태성관 2
김동하 영어 수업 태성관 101호라는데 L층에서 어디로 가야 되나용...
-
6평보다더어려운거같은데
-
페미니즘사상검증공동대응위원회 "부당해고·사이버불링 당하는데 누가 위험 감수하고...
-
이거 망한다고 설대 내신이 BB 안나오진 않겠지?
-
병원들렸다가 학원가기전에 라면하나 먹으려했는데 종이봉투에 젓가락이 2개 있더라구요...
-
한의대 가고싶다 2
텔그 보니깐 현타오네
-
다들 맛점해! 3
오늘 뭔가 잘 될거같은 날이야 비는 안오면서 서늘하고 날씨도 좋네 다들 힘내자!
-
안녕하세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수능 수학(미적)을 준비할 때 고1 수학을...
-
필수의료(바이탈수련만가능) 지역의료(비수도권진료만가능) 제한 확실히 걸어두면됨...
-
30번에 수열 좀 그만 내
-
양승진 기코 5
하도 기코랑4코 좋다고 해서 해보려고하는데 6모 4떴고 뉴런 하다가 너무 어려워서...
-
공부의자사려는데 이거 괜찮나여 바퀴달린거보다
-
문관데 탐구를 가장 못함ㅋㅋ아.
-
시카노코노코노코 2
코시탄탄
-
고1~고2 이때 공부에 눈을 떠서 그냥 새로운 걸 배운다는 거 자체가 재밌었음 고1...
-
코노 가면 오늘 콘서트 가기 전에 윤하 노래 미리 좀 부르는 대신 체력 소모 있음...
-
졸린데담배피니까 4
당장이라도엎어지고싶당
-
무난하게 미적 과탐1이라고 생각하면 어디까지 ㄱㄴ??
-
요즘은 언급이 거의 없네요 풀어보신분들 어떠셨나요???
-
이거 지키는게 빡세긴혀
-
D0 주신 교수님이 있는데.. 얘가 단위가 큰 거라 국장이 짤리는데...
-
경북치는 과탐 1개 반영인줄 알고 썼는데 2개 반영이라 한장 날렸고 충남의는 과탐...
-
윤리덕후 스토아
-
계속 혐오의 극치를 달리는 기분
-
수능보다 제시문 면접이 두려웠던 사람이지만,, 학원 안 다니고 독학한 거 후회 안함...
-
얘기하다가 지랑 엮는거 그런고?...어제 얘기하다가 지가 평범해서 평범한애랑 연애...
-
로스쿨형 인재 완죤 럭키비키자너
-
서울아산병원 교수들 "4일부터 진료축소…수술 49%·외래 30%↓" 1
"강도 높은 재조정…경증·지역 치료 가능 환자 예약 말아달라" 정부에 "의료전달체계...
-
한지 세지 사문중에서 2개 하려는데 추천부탁드려요 생지에서 바꿉니다
-
cpa 실적 고시 실적 생각보다 낮다고? 까네 기본적으로 학생 숫자 좀 보고 까셈...
-
아니 이감 이정도였나 10
옛날옛적에 사두기만 하고 꽁쳐둔 인강민철 2023대비 풀고있는데 이감제작지문만...
-
3000부 판매신화 기록 지구과학 핵심모음집을 소개합니다. (현재 오르비전자책...
포퍼와 콰인 버리고 보험지문으로 풀걸... 보면서 읽는데 이해가 안되서 몇번을 읽은건지 ㅠㅠ
연행가 1개 박씨전지문 2개 반추위 1개 문법 1개 구름 1개면
남들 안틀리는거 위주로 잘 골라 틀린건가요 자살각
원래 과학지문같은경우엔 가장 어려우니까 맨 마지막에 풀어서 멘탈 보호하는데
이번에 포퍼 지문은 뭐야 그냥 인문지문이네 하고 덤볐다가 시간 10분넘게 걸려서 망함
차라리 어려운 킬러문제들을 틀렸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작년 수능도 화법하나 틀려서 98, 올해도 반추위에서 하나, 박씨전에서 하나틀렸네요.. 문제마다 표점좀 다르게 해달라 할수도 없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