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 [639149] · MS 2015 · 쪽지

2016-11-07 01:42:01
조회수 356

여러분들 울지 않으셔도 되어요....

게시글 주소: https://roomie.orbi.kr/0009527474

저는 고3 현역입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단 1분도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징징글이냐구요? 아닙니다 저는 오늘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는 오늘 늦잠을 잤고 웹툰 정주행을 했으며 두 시간 동안 혼자 농구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오늘 하루 즐거웠습니다

수능이 11일 남은 고3이 정말 한심해보이시나요???

그러시는 게 당연할 거라고 생각하고 저 역시 쉴드를 칠 생각이 없습니자

하지만 저는 이 말 하나는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 농구를 했습니다

4시부터 시작해 혼자서 농구를 했고

중간에 힘들고 지쳤지만 쉬지 않았습니다

슬리퍼를 신고 하다가 맨발로 하다가 노래를 듣다가 안 듣다가

정말 농구만 했습니다

그런데

질리지도 지치지도 않았습니다(사실 6시엔 좀 피곤했습니다)

너무 즐거워서 온몸에 땀이나고 다리가 후들거리는데도 입가엔 웃음을 띠었습니다

너무 행복했습니다


사실 저희학교는 기숙사학교입니다

제 위치는 면학실이었습니다

그래도 전 체육관으로 갔습니다

1 2학년들이 꼬마아이들과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구석 모퉁이에서 혼자서 즐겼습니다

5시쯤에는 여자 애들 두 명이 와서 술래잡기?를 하더군요

솔직하게 시선이 신경쓰였지만 그래도 전 농구를 했습니다 

폼잡고 점프슛하다가 못 넣기도 하고 미친듯이 뛰어가 공을 던져서 못 넣기도 했지만


너무 기쁘고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여러분 요즘 누구보다도 힘드실 거 압니다

재수라는 혹은 +1이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으실 거라는 것도 압니다

저 역시 재수가 너무 두렵습니다


하지만 여러분께 꼭 말하고 싶은게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하거싶은 것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공부는 학자가 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공부는 하기 싫은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는 마치 하기 싫은 것을 견디고 이겨내는 것이 자랑인 것처럼 떠들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하고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을 위해 힘듦을 참고 견디는 것과

내가 하기 싫은데 부와 명예 성공을 위해 힘든 것을 참고 견디는 것은 너무나도 다릅니다

올림픽 전사들의 땀방울이 값진 이유는 그들이 좋아하는것으로 남들과 경쟁해 최선을 다해 성취하는 것이지 금메달의 가격과 명예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것은 노예입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미래와 시선이라는 족쇄에 잡힌 노예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가장 심한 것이 한국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이 노예라고 비난하려고 온 게 아닙니다

저는 여러분들을 존경합니다

누군가 제게 매일 10시간 넘게 농구를 해서 전국대회를 나가라고하면 미쳤다고 생각할 것입니디

좋아하는 것이지만요

하지만 여러분들은 심지어 싫어하는 것으로 이렇게 버텨왔습니다

정말 멋있고 아름다우며 존경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그러니 저는 여러분이 꼭 자신이 얼마나 힘든 일을 해온 멋진 사람이고

수능날 망쳤다고 나쁜 길을 선택하기엔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이며

앞으로 남은 삶은 꼭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을 나와 취직공부를 해 대기업에 들어가 좋은 집안 배우자와 결혼해 자식을 낳아 부유하게 사는 사람보다


가난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 남의 아픔을 꼭 안아줄 수 있는 사람, 남들이 지쳐 쓰러질 때 패자라고 경멸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훨씬 멋있고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너무나 좋은 사람입니다

너무나 착하고 마음씨가 고운 사람입니다


하지만 공부라는 스트레스 때문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진 않으셨나요?

일찍 깨워주지 못한 엄마에게 소리를 치거나

옆에서 시끄럽게 책장을 넘기는 친구에게 비난을 하거나

정말 사소한 일에 화를 내시진 않으셨나요???


그런 여러분은 나쁘지 않아요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데 주변의 불편을 참고 넘어가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러니 자기 자신을 너무 질타하지 마세요

단지 다시 웃음을 찾았을 때 그들에게 입힌 상처 이상으로 따뜻하게 안아주면 돼요

그러니까 죄책감에 울지 마세요



여러분들이 모두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공부하느라 몸도 마음도 상하셨을 것 같습니다

저야 뭐 진즉부터 이미 탈수험생 마인드로 행복회로 활성화하고 즐겁게 살고 있지만


여러분들이 꼭 입시가 끝나고나는 즐겁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두요

대학 순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ㅅ울대에 나와 돈 많이 벌었는데 불면증에 심하게 걸려서 매일 자살기도하는 분도 봤고

ㄱㅎ대에 나와 돈은 적게 벌지만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남들을 대하며 행복하게 사는 분도 봤습니다




여러분 인생의 최종 목표는 즐겁고 행복한 삶입니다

돈이라는 수단에 묶여 그 미소를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꼭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새벽에 검토도 없이 타블렛으로 일기처럼 쓴 글이라 오타가 많고 가독성이 떨어지니 이해 부탁 드립니다


(저도 한 때 의대를 꿈꾸며 한 달 정도 매일 14시간씩 공부하다가 정신병 걸릴 거 같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후회도 없구요 그래도 지금 행복하니 기분이 좋네요)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