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치 [443926]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6-09-10 12:20:43
조회수 10,765

[이코치] 수능 괴수를 만드는 이상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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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1. 모든 괴수들이 이상심리를 가진 것은 아니다. 일부 괴수들에게만 해당.

2. 사견을 전제한 것을 제외하고는 현대 이상심리학의 통설적인 견해로만 설명.


안녕하세요 이코치입니다.

지난 칼럼 

높은 아이큐 보유자도 국어를 망칠 수 있다. -정신병부터 고쳐라!


에서 오르비언님들께서 많은 응원을 해주셨어요. 칼럼 하나 더 올려봅니다.


주변에 보면 이런 괴수들이 있어요.

- 모의고사 과목수보다 틀리는 개수가 더 적다. 4과목 중 3과목 이하로 틀림.

-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미친듯이 영단어 외우고 모의고사 연습하고 강의까지 돌리고 힘이 남아 돈다. 선생님과 친함.

- 별로 열심히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1등급은 당연한거 아니야? 라는 표정. 그리고 실제로 평백 98.xx.

- 모의고사를 앞두고도 스트레스 받지도 않는 듯. 엄격. 근엄. 진지. 어마어마한 멘탈


이런 사람들 보면서 신세한탄을 하게 되지요. 그러고서 나도 해봐야겠다 싶으면 무조건 오늘은 실패입니다.

이런 괴수들을 만드는 심리가 무엇일까요? 타고난 괴력입니까? 여러분들은 그것이 절대 안되는 범인들에 불과합니까? 

현대심리학에서는 어느 정도 답을 마련하고 있어요. 공부 괴수를 만드는 이상심리는 의외로 여러가지가 있는데 오늘은 그 중 '강박성 인격장애'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강박성 인격장애와 강박증은 아주 다른 개념입니다. 여러분은 아예 다른 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엄밀하게는 약간의 관련성이 있습니다.)


다음은 제 원고에서 발췌한 사례입니다.

젊은 시절 공부를 아주 잘 한 것으로 유명한 정치인이 있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를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어린 나이에 합격을 했고, 유학을 해서도 기계처럼 공부를 해냈다. 화려한 이력으로 인지도를 쌓아 정계(政界)에 입문을 했는데, 매우 특이한 습벽이 있다고 한다.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하다가도 9시만 되면 한 시간 동안 어디를 갔다가 온다고 하는 것이다. 정치인으로서는 기자들에게 잘 보이고 싶을 것이 당연한데, 기자들은 이런 행위를 보고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한 시간을 기다리게 하고 나타난 주인공에게 도대체 무엇을 하다가 왔는지 물어봤는데 대답이 재미있었다. "하루에 한 시간씩 공부하기로 결정해서요. 어쩔 수 없었습니다." 특유의 선량한 표정으로 또박또박 대답을 하니 기자들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웬만한 사람이었다면 무슨 큰 일이 난 것 아니었나 추궁을 할만도 하지만, 이 사람은 다르다. 무언가 확실히 기이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진작부터 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다른 사람의 사례 하나 더 말씀드릴게요.


L씨는 우등생이다. 뜻이 맞는 친구 K와 스터디 그룹을 짜기로 했는데, 약간 부실한 친구 H가 옆에 와서 앉았다. 대화를 하다 보니, H가 스터디에 끼고 싶다고 요청을 하게 되었고, 어찌 하다보니, 다음날부터 세 명이서 같이 스터디를 시작하기로 약속을 하였다. L은 새로 들어온 H가 나가고 나서 고민을 해 본 결과, 그 친구는 부실하고 우리 스터디를 망칠 약간의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생겼다. 그 즉시 H에게 전화를 걸어 "H야 내일부터 스터디 나오지 않는게 좋겠다."고 일방통보를 해 버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K는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아래 L군 같은 사람 짜증나죠? 사실 L은 바로 이코치 본인 되겠습니다.(지금은 좀 고침)
-저희 동네가 구석진 곳이라, 저도 친구들 사이에서는 공부 괴수였답니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강박성 인격장애의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입니다.

강박성 인격장애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과도한 목표지향성

2. 과제를 완벽히 수행하기에 몹시 집착함

이 밖에도, 

권위적인 성격, 

패션이나 친구, 가족관계를 아주 적절하게 유지하려는 욕구(가족도 자신의 악세사리에 불과)

높은 사람에게는 굴종하고, 아랫사람에게는 군림함.

등등이 있어요.


원인에 대한 해석 중 보편적인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로 권위적인 아버지에게 훈육된 사람에게 잘 나타납니다. 잘 한 행위를 칭찬받기 보다는, 잘못한 행위에 집중적으로 훈계를 받게 되는데, 이에 대해 엄청난 분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터뜨리지 못하고 본인 안으로 내재화하게 되어 어쨌든 강박성 인격이 나타난다....


강박성 인격장애는 이상심리학에서 가장 충격적인 항목이에요. 이 인격장애의 경향이 주로 나타나는 직종이 공부를 잘하는 판검사, 의사, 교수 등등이라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교수를 지망하는 심리학도들은 이 부분에서 멘붕에 빠질 수밖에 없겠죠?


어쨌든 강박성 인격은 주위 사람을 괴롭히는 인격장애이기는 하지만, 본인의 사회적 성취에는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합니다. 남들은 중요하다고 평가하는 모든 사회적 관계나 인정 등은 자신의 목표나 과제 앞에서 아주 사소한 것으로 취급되거든요. 정말 무섭죠. 이런 사람은 과제 수행 도중에 멘탈이 붕괴될 확률도 적습니다. 딴 놈들은 별거 아니거든요. ㅎㅎ


인격장애는 그 정도에 따라 정신병적인 수준, 인격장애의 수준, 단지 경향이 있는 수준으로 나눌 수 있어요. 우리는 약간의 경향을 형성함으로써 수능 괴수가 될 수도 있지요.

이 얘기를 듣고 어떤 분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어요. 나보고 지금 인격장애 경향을 가지라는 것이냐? 미친 것 아닌가?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심리적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학자들의 견해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단히 편집증적인 성향이 강하며, 다만 사회 전체가 그러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뿐이라고 할 정도니깐요. 누구나 약간의 문제가 있고, 그 약간의 문제는 자신의 개성을 형성합니다. 그 개성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면 놀라운 성과를 내게 되지요. 물론 저같은 사람이 쉽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겠습니다. 이 사람의 생각이 이렇군, 하고 넘겨주셔도 고맙겠습니다.^^

그러면 강박성 인격의 경향을 형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아빠한테 달려가서 엄격하게 조교를 시켜달라고 조르면 되느냐? 그건 아닙니다.^^

강박성 인격장애의 경향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몇 가지 수행하면 의외로 쉽게 그 상태가 유도될 수도 있거든요. 왜냐하면 공부 잘하는 사람은 누구나 약간의 씨앗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엄마 혹은 친구와 약속이 있을 것입니다. 만약 공부 분량을 다 못했을 경우 바로 약속을 파기해 버린다. (헐퀴)

- 선생님이 시킨 과제가 있다. 그런데 나한테 맞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그냥 무시하고 다음 시간에 선생님께 그거 도움 안되서 안했어요. 하고 고개 빳빳이 들고 대든다.
(저는 이렇게 하라고 일부러 시킵니다.^^)

- 인강을 샀다. 혹은 문제집을 샀다. 그런데 더 좋은게 나왔거나, 방금 산 것이 별로인 것 같다. 그냥 갖다버리고 난잘했어라고생각한다.


별거없나요? 하지만 시켜본 결과 몇번 하다보면 사람이 무서운 모범생으로 바뀝니다. (대신 선생을 물로보는 경향이 생김^^)

이번은 쉬어가는 칼럼입니다.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간단한 강의소개 (심심한 사람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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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eg9 · 680211 · 16/09/10 13:02 · MS 2016

    미련을 잡고있으면 쓸데없는 에너지가 낭비되지만 단호하게  그런것들을  끊어버리면 외려 속이 시원해지고 변수를 제거하게되죠  제가  딱 저런 타입이라 공감됩니다 

  • 이코치 · 443926 · 16/09/10 13:05 · MS 2017

    그렇지요 그게 핵심인것같아요 맞습니다^^

  • jeg9 · 680211 · 16/09/10 13:08 · MS 2016

    그런데 강박증을 조절하는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좀 과한편이라 완벽할것 같지 않으면 아예 망쳐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걸 알면서도 자존심과 가치관때문에  손해보고 삽니다

  • 이코치 · 443926 · 16/09/10 13:11 · MS 2017

    예 강박성인격이 있으면 강박증이 있을수있어요 두가지기 다른거기는 하지만요
    말씀하신대로 중용이 중요한거같아요 저도 그게 어려워요. 참 잘되다가도 옛날 못난이가 다시되지요. 공감합니다.

  • jeg9 · 680211 · 16/09/10 13:16 · MS 2016

    그래서  경험이라는 툴이 장착이되면  무섭게 치고 나가는성향이  있나봅니다

  • 이코치 · 443926 · 16/09/10 13:17 · MS 2017

    그럼요 무섭게 치고나가는거 그게 대단한 성과를 내는 핵심요소더라구요^^

  • chris froome · 603361 · 16/09/10 13:48 · MS 2015

    저 고3 때 문제안풀리면 구겨서 버리고 모평성적표 태우고 인강 안맞아서 친구한테 책 줘버리는 친구잇엇는데 서울대공대갓어요 ㅋㅋㅋ... 진짜 자신한테 해가되는건 철저히 배제하더라구요 그래서그런지 멘탈도매우좋더군요 주변에서 보면 좀 경악할수잇는데 수험공부에잇어서는 이게 맞다는 생각이들더라구요...

  • 이코치 · 443926 · 16/09/10 14:20 · MS 2017

    그렇죠 ㅋㅋ 경악스러운 일이 벌어져요. 근데 그런사람들이 뭔가 해요 또 반드시는 아니지만요^^

  • 원할머니보고쌈1 · 475392 · 16/09/10 15:22 · MS 2013

    시험은 잘 보고 자기 목표는 잘 이루겠지만
    사회생활에서 만나면 좀...

  • 이코치 · 443926 · 16/09/10 15:23 · MS 2017

    그렇죠 대학이나 사회에 보면 종종 보이는분들이 있어요 상당히

  • 원할머니보고쌈1 · 475392 · 16/09/10 15:27 · MS 2013

    권위주의적이다, 높은 사람에게 굴종하고 낮은사람에게 군림한다는건 왜써요ㅠㅠㅠㅠㅠㅠ 자아비판이자나요ㅠㅠㅜㅜㅜ

  • 이코치 · 443926 · 16/09/10 15:40 · MS 2017

    ㅋㅋㅋ 교과서에 있다보니ㅠㅠ

  • Looooz · 623614 · 16/09/10 15:40 · MS 2015

    과연 그 사람은 행복할까요....?

  • 이코치 · 443926 · 16/09/10 15:41 · MS 2017

    참 의문이죠. 아마 성공하면 만족감을 느끼겠죠. 근데 전문가들 의견은 자기 깊은곳에서 불만이 있대요. 그 불만을 성격으로 보호하고 있는거지요

  • Looooz · 623614 · 16/09/10 15:42 · MS 2015

    그렇게 까지 할 만한 가치는 또 있을까요....?

  • 이코치 · 443926 · 16/09/10 15:45 · MS 2017

    그런성격이 되어가면서까지 할건 절대 아니라고봐요. 일할때만은 그런성향의 일부를 취한다는것정도가 한계일듯하네요

  • Looooz · 623614 · 16/09/10 15:48 · MS 2015

    닮아가지 않으리란 확신은 없지 않나요.

  • 이코치 · 443926 · 16/09/10 16:32 · MS 2017

    그럼요 모든것은 위태로운 법이라고 봐요.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게 사람들이 매일 하는 일이겠지요

  • 꾸까 · 602214 · 16/09/12 17:38 · MS 2015

    저번칼럼이랑 이번칼럼 너무 잘읽었습니다 저는 불안장애가 있는데 그동안 무시하고 고통스러워하기만 하다가 최근에 9평보고나서 충격이 몇일째 가길래 두려워서 병원가서 약탔는데 더 먹어봐야겠지만 한결 괜찮더라구요. 그리고 저는 강박적인(?)성향도 있는데 이글읽으니까 좋은쪽으로 공부에 잘 디벨롭 해서 수능까지 남은 기간동안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ㅋ

  • 이코치 · 443926 · 16/09/12 17:57 · MS 2017

    감사합니다. 그리고 큰결단 잘내리셨네요. 그 결단력이 반드시 결과로 나타나리라고 믿어요.^^
    살다보면 결단 내려야 할때 주춤하는게 치명적이 되더라구요. 어쨌든 화이팅!

  • drku007 · 561909 · 16/12/10 12:58 · MS 2015

    그런 경향 갖는다는게 인성이 나빠지는 거랑은 ㅂ상관이 없는거같아요 자기에게 해가 되는 것들을 배척하는 데에 있어서 정중하게 행동하면 상관 없지 않을까요?(노는 데에 있어서 정중하게 거절하거나 위의 정치인분같은경우 공부시간을 그날만 옮기거나 적절한 핑계를 대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