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나무 [1187265]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4-11-07 20: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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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윤 그리고 고2 짝사랑 그녀_ 최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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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여름, 그때는 참 설렜다. 



한 손에는 하버마스의 『공론장의 구조변동』을 들고,

또다시 메가커피로 향하는 발걸음이 

낯설면서도 자연스러웠어.


그날 이후로 너를 우연히 만났던 메가 커피를 자꾸만 찾게 되더라.


하버마스의 『공론장의 구조변동』은 사실 너무 어려웠지만, 

그래도 열심히 읽었어. 다음에 널 만나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오늘은 혹시 널 만날 수 있을까?' 한 손에 들고 있던 책이 내 마음처럼 무거웠어.

에어컨 바람이 시원했던 그 자리에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기다리며.


그리고 마침내 너를 보았어. 


이번에는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읽고 있더라. 


"어? 백양아, 하버마스 책 읽고 있구나!" 반가워하는 네 미소가 눈부셨어.


널 만날 핑계로 어려워도 꾸역꾸역 읽고 있던 책이었는데, 

그 모습이 들킨 것 같아 괜히 부끄러웠어.


     "응, 그녀야 너는 새로운 책이네? 포퍼..?"


"응! 하버마스 읽고 나니까 포퍼가 더 궁금해졌어" 


네가 말하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어. 


"모든 주장은 비판 가능해야 해. 심지어 선생님의 말씀이라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휘저으며 조심스레 꺼낸 네 이야기.


     "저번에 네가 해준 이야기들 때문에 많이 생각했어" 

내 말에 네 눈이 커졌지. 


     "나도... 수업 시간에 의문이 들 때가 있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어.


서로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어.


너는 말했지. 

포퍼가 강조한 '반증가능성'에 대해서. 

어떤 주장도 비판받을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만 진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나는 너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생각했어. 

네가 얼마나 용기있는 사람인지. 

교과서나 선생님의 말씀도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그 신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랑해'... 속으로만 되뇌었어


우리의 대화는 해가 저물도록 계속되었어. 

때론 진지하게, 때론 장난스럽게 철학 이야기를 나누며 보낸 시간들. 

그때 우리는 진정한 '공론장'을 만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창밖으로 햇살이 기울어갈 때 우리는 각자의 책을 들고 일어났지. 

다음에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하면서 내심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어.


지금도 가끔 그날이 생각나. 

뜨거운 여름날, 

시원한 카페에서 진리를 향한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우리. 

그리고 그 속에 피어나던 서툰 감정들.



첫사랑이란 게 다 그런 거겠지... 

철학책을 핑계 삼아 너를 기다리던 날들. 

하버마스와 포퍼를 통해 배운 것보다 네 미소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던 시간.


이제는 어떤 학생들이 그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을까? 

그들도 우리처럼 진실을 향한 순수한 열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성장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설렘도 느낄 수 있기를.


내가 많이 사랑했어 그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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