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금강 中 3장 - 신동엽
어느 해
여름 금강변을 소요하다
나는 하늘을 봤다.
빛나는 눈동자.
너의 눈은
밤 깊은 얼굴 앞에
빛나고 있었다.
그 빛나는 눈을
나는 아직
잊을 수가 없다.
검은 바람은
앞서간 사람들의
쓸쓸한 혼을
갈갈이 찢어
꽃 풀무 치어 오고
파도는,
너의 얼굴 위에
너의 어깨 위에, 그리고 너의 가슴 위에
마냥 쏟아지고 있었다.
너는 말이 없고,
귀가 없고, 봄도 없이
다만 억천만 쏟아지는 폭동을 헤치며
고고히
눈을 뜨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 빛나는 눈을
나는 아직
잊을 수가 없다.
그 어두운 밤
너의 눈은
세기(世紀)의 대합실 속서
빛나고 있었다.
빌딩마다 폭우가
몰아쳐 덜컹거리고
너를 알아보는 사람은
당세에 하나도 없었다.
그 아름다운,
빛나는 눈을
나는 아직 잊을 수가 없다.
조용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다만 사랑하는
생각하는, 그 눈은
그 밤의 죽음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너의 빛나는
그 눈이 말하는 것은
자시(子時)다, 새벽이다.
승천(昇天)이다.
어제 발버둥치는
수천 수백만의 아우성을 싣고
강물은
슬프게도 흘러갔고야.
세상에 항거함이 없이,
오히려 세상이
너의 위엄 앞에 항거하려 하도록
빛나는 눈동자
너는 세상을 밟아디디며
포도알 씹듯 세상을 씹으며
뚜벅뚜벅 혼자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눈.
너의 그 눈을 볼 수 있는 건
세상에 나온 나의, 오직 하나
지상(至上)의 보람이었다.
그 눈은
나의 생(生)과 함께
내 열매 속에 살아 남았다.
그런 빛을 가지기 위하야
인류는 헤매인 것이다.
정신은
빛나고 있었다.
몸은 야위었어도
다만 정신은
빛나고 있었다.
눈물겨운 역사마다 삼켜 견디고
언젠가 또다시
물결 속 잠기게 될 것을
뻔히, 자각하고 있는 사람의
세속된 표정을 개운히 떨어버린,
승화(昇華)된 높은 의지 가운데
빛나고 있는, 눈
산정(山頂)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정신의
눈
깊게. 높게.
땅 속서 스며나오듯한
말 없는 그 눈빛.
이승을 담아버린
그리고 이승을 뚫어버린
오, 인간 정신 미(美)의
지고(至高)한 빛.
신동엽 시인의 “금강“ 이라는 서사시 중에서
좋아하는 부분이라(서사시 전체는 정치색이 강해서 좀..)
올려봅니다.. 좋은 밤 보내시길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QNA 개수 제한은 강사가 QNA에 투자하기 싫어서 아님? 0
QNA 개수 제한하는 건 근본적으로 강사가 QNA에 투자하기 싫어서 아님? 강사도...
-
나는 마음먹으면 하는 사람이다
-
없나요 2배속이 너무 느려서 ㅠ
-
엔터가고 싶은데 미대입시는 못하고..엔터테인먼트학과가 서강대,경희대정도로 적어서...
-
못생김과 잘생김/예쁨이 인생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여 10
제 생각에 못생긴 건 생각한 거보단 덜 영형 주고 남자가 잘생긴 건 생각한 거보단...
-
제발 유ㅠㅠㅠㅠㅠㅠ
-
수학만 잘하면…. 될거 같은데… 수학을 못해서 아무것도 안되네…
-
현돌 킬쿼모 0
킬리만자로 쿼터 모의고사가 킬러쿼터모의사?랑 같은건가요?
-
지구 궁금한점 2
압력 감소로 인해 융용점 하강한다면서 왜 압력 감소로 인한 암석의 용융 곡선이 안그려져 있어요??
-
응 볼거임 ㅅㄱ
-
수학과 오세요 수학과 놀러오세요 수학하러 오세요 수학 좋아하면 오세요 수학과 노세요...
-
풀어보신 분들 이거 어려웠던 거 맞나요? 전 27점인데 4등급일까요? 사문 잘 모르겠네요....
-
9회차보다 16점 올랐는데 많이 쉬웠나요
-
좋은 걸수도 있고 나쁠걸수도 있는듯
-
문학은 kbs로만 해결하고 독서만 듣는 거 어떰
-
소... 솔직히 애니프사가 오르비를 정복하는 건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7
그게 무슨소리니 봇치야
-
얼마나 어려운가요 난이도차이가 그리심하나?
-
세장쓸듯여
-
더데유데 시즌0 0
난이도가 어느정도 되나요?
-
28 통사 통과 1
물화생지라 칠때 20문제면 5개씩해서 일거고 역사,윤리,지리,경제,법,정치 이렇게...
-
3회 좀 쉽긴했는데 체감상 4회가 훨씬 어려운데 등급컷은 둘다 88점이네요
-
정시파이터해야겟다걍 13
-
설여대 화학이랑 가천대 화학 중 인식 어디가 더 괜찮나요?
-
고1수학 강조많아 하시던데 어느파트가 응용되서 나온다는건가요? 그리고 어떻게...
-
수능공부할 땐 정말 그게 거의 전부처럼 느껴짐 요즘 어느 대학 입결이 어떻다더라,...
-
국어 > [이감국어 프로그램 시즌5 1] 모의고사 1차 공통, 화작 > [ebs를...
-
현역때 영어공부 총 5분 했는데 81이면 ㄱㅊ은거임?
-
작품명: 어썰트 팬저(assault panzer) 중량: 138g(작중 정보)...
-
전남친이랑 방금 9
전화했는데 그동안 내 연락 안 본 이유가 너가 불안정해보이고 내가 연락하면 너...
-
퍼즐 맞추기 돼버린 수능… "수능 폐지 아닌 공교육 정상화로 풀어야" 7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행일(11월 14일)이 6일로 100일...
-
안녕하세요 대학 졸업 후 수능 공부 다시 시작한 수험생입니다 노베이스가 되어서...
-
오늘부터 단풍나라수호시작한다
-
기하는 근데 1
시험 응시 비율이 4% 밑이면 기하 선택하기만 해도 1등급 확정이라는 거 아님??...
-
질병청 "코로나, 이달 말까지 증가…주당 최고 35만명 예상" 3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된다면 이달 말엔 주당...
-
p/q일때 p+q의 값을 구하라 같은 문제에서 p/q가 자연수로 나와서 답이...
-
평소에 국어 백분위 97뜨다가 눈 아프니까 3떠버림 결론: 수능때까지 컨디션 조절하는것도 공부다
-
3만원짜리 금은방에서 산 동반지급
-
관동별곡 속미인곡 사미인곡 성산별곡 누항사 상춘곡 면앙정가 이 정도만 해두면 됨?...
-
기출변형 많던데 맞음?
-
사문 사설 보면 투머치 같아서 유기하고 싶어지는데 그래도 많이 풀어보는게 나을라나요
-
스탠서브8 92 1
12 13틀
-
서바나 실모보면 30분잡고 풀어도 이따구로 나오는데여, 역학 어려운거 틀리면...
-
급함
-
증산교도 현세에서의 이상 사회 실현을 주장한 게 맞나요?
-
혹시 몇시간 잡고 하시는거임..?
-
수능시험장 가면 이해가 안되는 문장이 한개는 나올텐데 그거 이해한다고 붙잡고 있으면...
-
오르비 뱃지 기준이 워낙 제멋대로라 들어서 모르겠네
-
중앙의 가고싶다 4
집에서 30분컷 본과때도 통학 ㅆㄱㄴ인데
금강요를 소변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