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본적 없는, 신경쓰지 않는 독해의 기본
만약 ‘글을 잘 읽으려면 어떻게 합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그 질문이 얼마동안의 준비 또는 학습 없이 현 상태에서 새로운 지침에 의지해서 읽기 시작함으로써 이전보다 더 잘 이해하기를 도모하는 것이라고 가정하고, 이렇게 답을 하겠습니다.
“읽으면서 이전에 읽은 것을 떠올려 보라”
지금 읽고 있는 것보다 앞쪽에 있던 내용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글을 읽고 있기 때문에 기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떠올릴 겨를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전에 읽은 것을 떠올리려 한다면 자연스럽게 지금 읽고 있는 것과 연관된 것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읽는 것이 글을 잘 읽는 방법일까요?
‘글’은 문장의 집합입니다. 무엇을 ‘글’로 쓰는 이유는 문장 하나로는 충분하지 않은 ‘그것’이 ‘어떻다’는 내용을 충분히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다보니 집합한 문장들은 모두 어떤 식으로든 ‘그것’에 대해 말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모든 문장이 직접적으로 ‘그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그것’과 어떤 관계에 있는 ‘이것’과 ‘저것’을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이것’이 ‘그것’의 원인이거나, 세분화된 것 중 하나라면 ‘이것’을 말해도 결국 ‘그것’을 말하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그것’을 말하는 문장 셋과 ‘이것’을 말하는 문장이 셋 있는데, ‘이것’이 ‘그것’이 일어난 원인이 된다면 ‘이것’에 관해 말한 것들이 ‘그것’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을 말하는 문장들을 차례로 읽을 때에는 그 문장들이 서로 같은 것을 말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지요. 예를 들어 ‘이승엽은 야구선수로서는 나이가 많지만 몸의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 날마다 스트레칭을 열심히 한다더라. 스트레칭은 단순히 운동 전에 몸을 풀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날마다 할 경우 근육의 유연성을 증대시켜 준다....’ 이 두 문장은 앞에서 스트레칭을 통해 이승엽 선수가 몸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말했고, 뒤에서는 스트레칭이 어떤 이점이 있는지를 말해줍니다. 뒤 문장을 읽을 때, 연달아 있어서 굳이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되지만, 앞 문장의 내용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에 뒤 내용이 앞 내용을 지지해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 내용을 다시한번 반복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런 다음 스트레칭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몸이 유연한 야구선수로는 이대호 선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유연하다’와 ‘스트레칭’을 떠올려 ‘이대호 선수도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전의 연관된 내용을 떠올리는 것은 이전 문장의 내용과 현재 읽고 있는 문장의 내용을 이어주는 아주 기초적인 방법으로만 생각할 수 있으나 어렵고 복잡한 내용일 경우 이같은 기초적인 읽기 전략을 제대로 따르는 것은 더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내용이 생소할수록, 연관성이 있는 두 내용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이전의 내용을 떠올려 통합하는 전략을 구사하지 못하지만 독해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이전의 내용을 결합하여 읽기를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런 읽기 전략을 능숙하게 구사하기 위해서는 한 문장씩 읽으면서 이전에 읽은 어떤 내용과 관련된 내용인지 기억을 탐색해 보며 읽는 연습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위에서 예로 든 것처럼 유연성-유연성, 스트레칭-스트레칭 이렇게 동일한 단어가 재차 등장했을 때에는 연결되는 내용을 연상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용이 반복되는 것을 아는 것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관련 내용을 연상하고 그것과 지식을 함께 떠올리는 것도 필요로 합니다. 만약 ‘이대호 선수의 부드러운 스윙’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이대호 선수는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나 보다’라든지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스트레칭은 중요하다’라는 말을 듣고 몸이 유연하면 부상을 방지할 수 있나 보다‘고 추론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읽은 내용을 연상하면서 자신의 지식과 경험 속에서 관련된 것도 연상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을 때 글이 초점을 두고 말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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