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국어와 리트의 문장은 짧아졌다.
안녕하세요?
수능국어를 가르치는 한재현T입니다.
바로 내용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예전 리트 (2016 이전)
예전 리트에서는 정말 말도 안되는 문장들이 많이 출제되었습니다.
문장들이 아주 길고, 현학적인 단어들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아래 사례를 보면 마지막에 “「」 표시” 한 문장이 280글자가 넘습니다. 주로 법원에서 판시하는 판결요지에서 이런 문장들이 사용되지요.
(사례) 2015 LEET 언어이해
나아가 일견 불일치를 보일 법한 이 두 모델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그의 이론은 이중적 기능을 수행한다. 「즉, 정신사적 차원에서의 정점이 예술미의 차원에서는 오히려 퇴보를 의미하도록 구성된 헤겔의 이론은 한편으로는 ‘추함’도 새로운 미적 가치로 인정되기 시작한 당시의 상황은 물론, ‘개념적’이라고까지 일컬어질 만큼 예술의 지성화가 진행된 오늘날의 상황까지 예견하여 설명할 수 있는 포섭력을 가지며, 다른 한편으로는 절대자의 제시라는 과제를 예술이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대 그리스로 한정하고 철학이라는 최고의 지적 영역에 그 과제를 이관시키는, 곧 ‘예술의 종언’명제라 불리는 미학적 결론에 이른다.」
최근 LEET에서의 변화
그런데 2017학년도부터 변화가 감지됩니다.
이전 년도의 LEET출제원칙에서는 말하지 않던 것을 2017학년도에 처음으로 제시합니다.
… 2016학년도의 난이도와 같은 수준으로 난이도를 조정하고자 했다. 그러나 예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출제 방향에 있어 중요한 준거로 난삽한 제시문을 통해서가 아니라 독해 능력을 실질적으로 측정하는 문항을 통해서 난이도를 조정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출제진은 제시문의 가독성을 예년보다 훨씬 높여서 제시문의 난삽함 때문에 실질적인 독해 능력 측정에 방해받는 경우를 없애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2017학년도 LEET 출제방향 보도자료)
요약하자면 제시문의 문장들은 가볍고 짧게 써서, 의미를 이해하지조차 못할 정도로 어렵고 긴 문장들을 더 이상 출제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것입니다. 대신 제시문의 가독성이 높아졌으니, 변별력은 ‘어려운 문항’을 통해서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군요.
수능 국어 문제집에서는 이를 어떻게?
수능에서도 이와 관련된 출제원칙은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수능 국어영역은 2017학년도를 기점으로 A,B형이 삭제되면서 난이도가 크게 한 번 올랐고, 2022학년도에 개정교육과정(2015개정)이 시행되면서 난이도가 크게 한 번 점프했습니다. 커트라인은 80점대 초반으로 꼴아박았지만, 가장 어려운 비문학 제시문을 읽어봐도 문장들은 짧고 간결합니다. 대신 문제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지요.
따라서 수능국어 컨텐츠 제작자가 취해야 하는 방향성은 명확합니다.
(1) 내용적으로 가치가 매우 높은 예전 LEET지문을 활용하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거기에 사용된 ‘선을 넘는 문장/단어/표현들’을 수능 수준에 맞게 끌어내린다.
(2) 그러면서도, 제시문의 정보들을 긴밀하게 종합해서 높은 수준으로 추론해야 하는 문제들은 원 출제자의 의도를 그대로 제시한다.
그래서 제 교재, <한재현 비기출 비문학 2023>에서는 위 작업을 충실하게 완료하고 있습니다.
가령, 처음에 제시한 문장을 이렇게 바꿔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례) <한재현 비기출 비문학 2023 중>
나아가 일견 불일치를 보일 법한 이 두 모델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그의 이론은 이중적 기능을 수행한다. 「먼저 정신사적 차원에서의 정점이 예술미의 차원에서는 오히려 퇴보를 의미하도록 구성된 이 이론은 ‘추(醜)’도 새로운 미적 가치로 인정되기 시작한 당시의 상황은 물론, 예술의 지성화가 크게 진행된 오늘날의 상황까지 예견하여 설명할 수 있는 포섭력을 가진다.」 「또한 절대자의 제시라는 과제를 예술이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대 그리스로 한정하고 철학이라는 최고의 지적 영역에 그 과제를 이관시키는, 곧 ‘예술의 종언’ 명제라 불리는 미학적 결론을 이끌어낸다.」
즉, ‘이중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했으니, 그에 맞춰 두 기능을 설명하는 표지 “먼저”, “또한”을 명확하게 넣어서, 지나치게 긴 한 문장을 쪼갰습니다. 그리고 불필요한 정보(이미 제시문의 앞에서 충분히 제시된)를 쳐내는 것이죠.
이 정도라면 수능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충분히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사례들
이외에도 비슷한 사례는 많습니다.
2020학년도 9월 수능모의고사의 “점유와 소유” 지문 기억하시나요?
그 기출지문에서는 논리전개를 의도적으로 생략한 문장들이 발견됩니다.
제시문의 앞에서 ‘①점유인도, ②점유개정, ③반환청구권 양도’ 의 세 개념을 제시한 뒤,
글의 뒷부분에서 ‘선의취득’이라는 것은 ②와, ③ 중에서 ③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구체적으로 문장은 이렇게 제시되지요.
(사례) 2020학년도 9월 수능모의평가
“… 이것을 선의취득이라 한다. 다만 간접점유에 의한 인도방법(=②와 ③) 중 점유개정(②)으로는 선의취득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 LEET에서는 거의 비슷한 논리가 조금 더 선을 넘는 식으로 어렵게 출제됩니다.
범죄를 판단하는 기준이 (1)~(3)으로 세 가지 제시되었고, 아래 (1)~(3)중에서 (2)와 (3)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1)구성요건 해당성
(2)위법성
(3)유책성(=책임이 있음)
(사례) LEET 원문
위법성(2)은 개인의 행위를 법질서와의 관계에서 판단하는 것이어서, 행위자 개인의 특수성은 위법성 판단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형법에서 위법한 행위를 한 행위자 개인을 비난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바로 책임(3)의 문제이다.
미친. 논리전개를 너무 과도하게 생략해서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 불가능합니다.
수능 수준에서는 “네다씹” 소리 들을만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바꿔봤습니다.
<한재현 비기출 비문학> 수정문장
위법성(2)은 개인의 행위를 법질서와의 관계에서 판단하는 것이어서, 행위자 개인의 특수성은 위법성 판단에서 고려되지 않는다. 하지만 책임 여부 판단(3)에서는 다르다. 형법상 책임은 위법한 행위를 한 행위자에 대한 법적 비난 가능성의 문제이다.
빨간색으로 표시한 한 문장을 추가함으로써, 수능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추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위법성(2)에서는 행위자 개인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지만, 책임판단(3)에서는 행위자 개인의 특수성이 고려된다는 논지를 파악하기 조금 더 쉽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너무 유치하고 뻔하게 내용을 제시하기보다, 의도적으로 내용을 생략한 출제자의 의도를 반영해서 최대한 암시적으로 힌트만 주려고 했죠.
(이 정도도 수능 레벨에서는 매우 어려운 축입니다)
예고
아무튼, <한재현 비기출 비문학 2023>은 완성 원고가 편집 중에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제 비문학 교재를 3월 중으로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재미있는 작업을 하나 더 시작했습니다!
<한재현 비기출 문학>의 컨셉을 구상 완료하고, 제작중에 있습니다.
최근 문학에서 어려워진 난이도의 핵심이, 제시문 자체보다는 선택지 문장들에서 묻는 내용의 양이 많아진 데에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2022 수능 이상의 난이도를 보여줄 수 있는 비기출 문학 문제집입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조만간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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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나도 7
메인 저격글 빼고 순수뻘글을 메인 올린적은 없던 것 같은데
전에 쓰신 글 보니 2022수능부터 이해가 중요시 될것이다라 쓰셨는데 바로 헤겔이 나와버렸네요ㄷㄷ
이해 안돼도 "문장분석" 으로 비문학을 풀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조금 있어서, 그렇지 않다는 취지로 말한거예요.
그와는 별개로 지금 수능국어 사교육은 문제가 매우 많습니다. 디오르비에서 비문학 강의 오픈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전 강민철t의 수업방식이 되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키워드를 생각하며 문장간의 관계, 문단간의 유기성을 강조하며 이해를 기반으로 글을 쌓아올려라.
이걸로 부족한걸까요?
교재구성도 기출+기출과 유사한 형태의 리트 조금으로 되어있는데
그분이 말은 그렇게(=문장간의 관계, 문단간의 관계를 강조) 하면서 정작 지문을 해부하고 있는 것은 문제적이라 생각합니다.
'대의'를 먼저 밝힌 뒤, '중요 부분'에 대해서는 대의와의 관련되는 범위 하에서만 처리해야 하는데, 오히려 '중요 부분'들에 대한 이해를 쌓아올려나가 '대의'를 만드려 한다는 느낌이랄까요.
실제 시험장에서 4문제짜리 비문학에 주어지는 시간은 7~8분 뿐입니다.
이 점을 명심하고 강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제가 아직 1주차만 듣긴 했지만,
문학도 마찬가지고 첫문단에서 글의 갈피를 먼저 잡고 뒷문단(대부분 마지막문단)에서 내용을 연결짓는 강의가 대부분이었고
강사 본인의 찰나의 사고과정을 길게 늘여뜨려서 설명하다보니 볼륨이 커진거라 생각하는데..
또 학생들이 지문에서 이해가지 않는 내용이 있을수도 있으니 지문해설에서 빠뜨리는 부분도 없어야 생각해요.
쌤도 지엽적으로 빠지는 걸 우려해 인스타에 올릴용도로 필기 많이하지 말라는 말씀도 몇번 하셨고, 강조하는건 주된 흐름이라 쌤이 강의하는 의도만 캐치하면 부담스럽진 않은것 같은데..민철t가 투머치하단 소리도 봤는데 전 아직까진 잘 모르겠네요
찰나의 사고과정을 길게 늘여뜨려서 설명하는게 문제입니다
비교적 당연한 내용을 이해 못하는 수강생은 해당 수업의 수준에 애초에 맞지 않는 것이고요, 그 분들을 버려야 제대로 된 수업이 가능합니다
물론 대형강의의 특성상 그건 불가능하겠죠
현우진이 <드릴>을 강의하는데 자꾸 중간중간에 <시발점> 개념설명 하는 느낌이랄까요?
아무튼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쨌든 지금 시장지배자인 선생님이니 그 특성도 고려해야겠지만 말이에요.
아 너무기대됩니다 진짜 .. 제가 바라던 리트를 통한 수능 공부를 할 수 있는 책이네요
Pdf로도 판매되나요? 아니면 책의 글씨크기가 크게 나왔으면 하네요... 연필통이랑 스키마플랜 둘 다 글씨가 너무 작아서 버려두고 있습니다...제가 눈이 좀 안좋아서 글씨가 작으면 못읽어요
설득력이...대단하십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먼저 학생들에게 양질의 좋은 자료를 교재로 구매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에서 말씀하신 바로는 문장의 길이가 이전에 비해 짧아지고 있다고 얘기를 해주셨는데요.앞으로 2023학년도에도 적용이 된다고 보실까요!?
또한 만약 수능에서 글에 보여주신 2015leet의 아주 긴 문장이 나온다면 이런 문장은 너무 길어서 어떻게 공부와 대비를 해야하는 건가요!?
전 긴 문장이던 짧은 문장이던 다 대비를 꼭 하고 싶습니다...
1. 글에서 말씀하신 바로는 문장의 길이가 이전에 비해 짧아지고 있다고 얘기를 해주셨는데요.앞으로 2023학년도에도 적용이 된다고 보실까요!?
-> 네 거의 100%입니다. PSAT, LEET, 수능 모두에서 제시문 본문의 가독성이 높아지고, 문제가 어려워지는건 동일한 추세입니다.
2. 또한 만약 수능에서 글에 보여주신 2015leet의 아주 긴 문장이 나온다면 이런 문장은 너무 길어서 어떻게 공부와 대비를 해야하는 건가요!?
-> 이렇게 길고 복잡한 문장은 출제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어떤 수업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특정 강사를추천해달라는 말은 아닙니다.
ㅇ문장분석보다는 내용중심, 의미중심의 수업이 이루어져야 하고
ㅇ수능, 비수능 기출문제들에서 교수님들이 반복적으로 다루고 있는 '근본적인 개념과 범주'에 대해서, 제시문을 통해서 밝혀주는 학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평가원은 글을 어떻게 쓰는가"를 알기 이전에 평가원 글의 의미를가르치고 "이해하는 능력을 독학을 통해 키우는 능력을 키워야 된다"를강조하는방식 말씀이신가요? 바쁘시면 굳이 답 안해주셔도 됩니다.
평가원은 글을 어떻게 쓰는가에 대해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수능에서는 평가원이 쓴 글만 수험적으로 읽을 줄 아는 괴이한 스킬꾼을 선발하고자 하는게 아니거든요.
수능은, 다른 모든 언어능력시험이랑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언어이해능력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것일 뿐입니다.
"평가원이 ~~한 방식으로 글을 쓴다...!"
<- 별 의미 없는거 같습니다. 리트에서도 '제시문의 비판적 재구성' 원칙이 도입되면서 글 전개/구조상의 파격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기출 보고 보는 거 추천하시나요?
네 기출보다 우선할순 없죠
난 이런 좋은 생각을 담은 책을 보면 재수하고싶더라...
책디자인 작성자님 닉넴과 맞게 블랙앤화이트 하면 어떨까요
ㅋㅋ 안그래도 그렇게 부탁드렸습니다! 2.17.에 디자인초고가 나온다고 하네요. 계속 소식 업데이트하겠습니다
평소 제 국어 강의 철학과도 비슷하네요.. 평가원이 글을 어떻게 쓰는지는 공부할 방향이 아닌거같거든요
제시된 문장을 이해하고 선지의 정오를 판단하는게 더 중요한 작업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