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말자 [401975] · MS 2012 · 쪽지

2014-09-20 05: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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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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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자살하지 않는가
 
 
 삶은 곧 죽음이다. 살아 있는 것은 다 죽는다. 
지금 책을 쓰는 나도 이 책을 읽는 독자도 모두 죽는다. 
생각할 능력이 아직 부족한 어린아이들, 
어떤 이유에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사람들만 이 사실을 모른다. 
실존주의자를 흉내내서 말하면, 
이것이 바로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부조리이다. 
인간은 태어난 바로 그 순간부터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내쉴 때마다 
한 걸음씩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다 살면 그때 죽는 게 아니다. 살아 있는 모든 순간, 우리는 조금씩 죽어간다. 
죽음은 단지 삶의 이면(裏面)일 뿐이다. 
삶과 죽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하며 함께 완성된다. 
쉰다섯 해를 산 나는 이미 쉰다섯 해 죽은 것이다. 
어차피 죽을 것이기 때문에 삶은 허무하다고 말하지 말자. 
그것은 틀린 말이다. 그 역(逆)이 옳다.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삶은 아름다울 수 있다.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고 상상해보았다. 과연 행복할까? 
그런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영생(永生)은 축복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의미를 말살한다. 
영원히 산다면 오늘 만난 사람들, 그들과 나눈 대화와 교감, 
함께한 일들이 의미가 없어질 것만 같다. 
그 모든 것이 다 굳이 오늘 하지 않았어도 좋았을 일이 된다. 
어디에도 굳이 열정을 쏟아야 할 필요가 없다. 
오늘 다하지 못하는 일은 내일 하면 그만이다. 
오늘 무엇인가 잘못해도 상관없다. 다음에 다르게 하면 된다. 
영생은 삶을 시간의 제약에서 해방시킨다. 
그런데 시간이 희소성(稀少性)을 잃으면 삶도 의미를 상실한다. 
유한성(有限性)의 속박에서 풀려나는 순간, 
가슴을 설레게 하는 모든 것들이 무한 반복의 쳇바퀴를 도는 지루한 일상으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삶이 영원히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죽고 싶어질지 모른다. 
바위를 굴려 언덕 꼭대기까지 올리고, 그 바위가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바위를 굴려 올리는 행위의 무한 반복, 
이것은 시시포스가 신들을 골탕 먹였다가 받은 형벌이었다. 
죽을 수 없다면 삶은 형벌이 될 것이다. 
너무나 간절하게 영생을 원한 나머지 그것을 구하는 일에 몰두하느라 
유한한 인생에서 맛볼 수 있는 모든 환희와 행복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나는 영생을 원하지 않는다. 
단 한 번만, 즐겁고 행복하게 그리고 의미있게 살고 싶을 뿐이다.
 
 우리는 내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나와 물질세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안다.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탐색한다. 삶의 가치를 잃었다고 
느낄 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카뮈는 이 능력의 사용에 관한 의사 결정이 유일하게 중대한 철학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참으로 중대한 철학적 문제는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자살이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하는 것, 
이것이 철학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그 이외의 것, 세계는 삼차원을 가지고 있는가, 
정신은 아홉 개 또는 열두 개의 범주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그 이후의 일이다. 그것들은 장난이다.
 
 왜 자살하지 않느냐고 카뮈는 물었다. 
그냥 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사는 이유를 찾으라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삶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오늘 하루 그 의미를 충족하는 삶을 살았는지 판단해야 한다. 
정답은 없다. 우리는 각자 정체성이 다른 자아(自我)들이다. 
누구도 타인에게 삶이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한다고 대신 결정해줄 수 없다. 
삶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건 나름의 답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는 삶은 훌륭할 수 없다. 
아무리 많은 돈과 큰 권력을 가지고 있어도,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고 해도, 의미를 모르는 삶은 비천하고 허무할 뿐이다. 
숱한 고난을 받고 살다가 모진 핍박을 받아 죽을지라도, 
스스로 뚜렷한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며 살았다면 훌륭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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