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국어 독해력4 (고1-2를 위해)
상황모델의 구성 ; 지식과 추론이 이해하도록 한 결과
아래 글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B형 문제의 지문입니다.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에서 수학하기에 필요한 국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는 데 사용하는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 사건과 물질적 사건은 구분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다.
먼저 첫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정신적 사건’을 읽었을 때 우리 마음은 ‘정신적’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단어에 관한 충분한 지식이 있다면 ‘정신적’과 연관된 단어도 연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신적’이라는 단어를 보고서 반의어로서 ‘물질적’, ‘육체적’이라는 개념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http://cafefiles.naver.net/20140821_195/pansoonie_1408604125864eKpCU_PNG/%B9%AE%C0%E5%C0%CC%C7%D8%B0%FA%C1%A4_%B0%ED3.png)
‘정신적 사건’을 읽은 다음 ‘물질적 사건’을 읽는 순간 이전에 ‘정신적 사건’을 통해 연상했던 바에 따라 반의어 관계인 ‘정신적 사건’과 ‘물질적 사건’의 대립적 구도를 구성합니다. 그리고 만약 이전에 ‘물질적’과 함께 ‘육체적’을 연상했다면 정신적-물질적 구도에 의해 ‘육체적’은 마음속에서 밀어냅니다. 이것은 처음에 ‘정신적 사건’을 읽고 ‘물질적’이라는 개념을 떠올림에 따라 마음속에 ‘정신적’과 더불어 ‘물질적’, ‘육체적’ 등이 어지럽게 활성화되어있는 혼돈스러운 상태가 점차 명확한 구조(대립, 대칭)로 구체화하여 정리하기 위해서입니다. 계속해서 ‘육체적’인 것을 생각하고 있으면 글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됩니다. 글을 읽으면서 불필요하거나 연관성이 떨어지는 것은 억제하여 내용을 정리하는 것도 독해력에서 중요한 능력 중 하나입니다.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정신적-물질적>에서의 정신과 <정신적-육체적>의 정신을 비교해 보면 전자는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며 판단하는 능력. 또는 그런 작용’이나 ‘사물의 근본적인 의의나 목적 또는 이념이나 사상’인 반면 후자는 전자와 비슷하면서도 신체와 결합해 있다고 믿는 영혼과 같은 것으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글에서 단어의 맥락상 의미는 사전적 지식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가에 좌우됩니다.
이렇게 독자는 ‘정신적 사건’과‘물질적 사건’이 대립적인 구조를 나타내고 있는 것과 대립 구조를 통해 각각의 의미를 명확하게 파악합니다. 그리고 ‘구분된다’는 단어를 읽으면서 정신적과 물질적이라는 두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배타적인 의미를 떠올리며 대립 구조의 가운데에 마치 구분선을 긋듯이 상황모델을 그립니다. ‘정신적’이라는 개념과 ‘물질적’이라는 개념이 서로 대칭적이라는 점을 주지함으로써 어느 정도 상황모형을 구성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장 읽기가 끝나면 상황모델이 형태를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다음 문장을 읽어보겠습니다.
이러한 상식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적 사건과 육체적 사건도 구분되는 것으로 보게 된다.
위 문장을 읽으면 정신적 사건과 물질적 사건의 대립적 구조에 그대로 정신적 사건과 육체적 사건을 덮으면 됩니다. 그런데 앞에서 마음속에서 밀어냈던 ‘육체적’이란 단어가 아예 명시적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앞에서의 이해가 틀린 것이었을까요? 또는 저자가 글을 잘못 쓴 것일까요? 둘 다 아닙니다. 설명해 드린 대로 읽는 것이 과정상 옳습니다. 첫 문장만을 읽었을 때 설명해 드린 대로 이해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고 두 번째 문장을 읽고서 물질적-육체적을 같은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맞습니다. 저자인 제가 두 번째 문장이 무엇인지 알고서도 왜 굳이 첫 문장에서 ‘정신적’을 통해 유의어로서 ‘물질적’과 ‘육체적’이 떠오르지만 ‘물질적 사건’을 읽으며 ‘육체적’은 밀어낸다고 말했을까요? 그건 독해 과정의 역동적인 면을 보여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첫 문장에서 ‘정신적’이라는 단어를 보고 물질적, 육체적 개념을 모두 떠올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순간순간 마음에 개념을 연상하고 삭제하고 통합하는 과정이 신속하고도 다양하게 벌어진다는 사실을 통해 그렇게 활발한 과정을 통해 글을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첫 문장이 만든 대립적인 틀을 두 번째 문장이 모양은 그대로 이어갑니다. 그리고 저자가 육체적 사건이나 물질적 사건의 의미를 서로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 문장은 또 다른 틀을 만듭니다.
하지만 정신적 사건과 육체적 사건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것 또한 우리의 상식이다.
첫 두 문장으로 정신적 사건과 육체적 사건을 구분한 상황모델을 구성했더니 이번에는 바로 그와는 반대로 두 사건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합니다.
정신적 사건 - 육체적 사건(물질적 사건)
그러면 위와 같은 구조가 새로 등장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다시 마음속의 상을 갱신하여 위와 같이 새로운 상황모델로 교체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세 번째 문장의 표현,
...보는 것 또한...상식이다
는 이전과 같이 우리의 ‘상식’에 대해 언급하고 있고 ‘또한’ 이라는 단어로써 이전과 병렬적인 내용이라는 것을 밝혀 줍니다. 즉, 우리에게 익숙한 내용 사이의 관계, 즉 구조를 만드는 표현입니다. 상황모델은 어떤 의미에서는 글의 주요 내용의 축소판이므로 글의 구조는 상황모델에 반영됩니다.
첫 번째, 두 번째 문장과 같이 단어→문장으로 이해를 하고 이전 두 문장과 하나의 덩잇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마음속에는 단지 두 개의 내용이 남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내용을 비교하여 상반된 두 내용, 즉 두 요소의 관계를 구분한 것과 연결한 것을 전체로 하는 상황모델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정신적 사건과 육체적 사건의 이질성과 관련성이라는 두 가지 상식을 조화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문장에서 ‘이질성’과 ‘관련성’이라는 단어가 지시하는 것은 바로 위 상황모델이 동시에 가진 구분과 연결이라는 구조적 성질입니다. 이처럼 어느 정도 상황모델이 모양을 갖추면 저자의 글은 더 이상 단어나 문장이라는 표면적인 의미보다 단어와 문장이 구성한 상황모델을 언급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독자는 계속해서 단어, 문장 등 표현과 표면적 의미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모델이라는 심리적 상에 집중해서 읽는 것이 글을 깊게 이해하고 흐름을 파악하며 분명하게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 문장에서는 두 상반된 견해는 서로 조화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다음에 이어질 내용은 정신적 사건과 육체적 사건을 구분하는 것이 낫다거나 연결하는 것 이 낫다고 하여 둘 중 하나를 지지하는 내용이 나올 수 있습니다. 아니면 각자의 견해를 세밀히 짚어보는 내용으로 이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은 제3의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정신적 사건과 육체적 사건이 서로 다른 종류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론, 곧 심신 이원론은 그 두 종류의 사건이 관련되어 있음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구분과 연결의 대립적 상황모델이 그대로 이어지는, 정신적 사건과 육체적 사건의 구분을 기초로 하면서도 관련되어 있다는 이론을 등장시켰습니다. 또한 ‘다양한 방법’을 언급함으로써 대립구조 상황모델과 관련된 내용을 ‘나열’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첫 단락에서는 정신적 사건과 육체적 사건을 구성 요소로 하며 둘 사이가 서로 상반된 관계를 갖고 있는 내부구조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모델을 최종적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이때까지 문장을 통해 순차적으로 정보를 추가하면서 상황모델은 계속 확장되었습니다. 글에서 상황모델이 완성이 된 듯이 보여도 이후에 확장/상세/추가 등의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처음 글의 내용을 파악해서 마음속에 구성한 상황모델을 지속적으로 참고하여 독해에 활용함으로써 글 이해하는 사고활동의 중심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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