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T] '화작'은 안녕하신가요?
오르비 게시판에 올라온 ‘국어’에 관한 여러분들의 글들을 읽다 보면 유독 ‘비문학’과 ‘기출문제’ 혹은 ‘문법’에 대한 좋은 의견들을 많은 것 같은데, 상대적으로 화법이나 작문에 대한 글들을 찾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화작’에 대해 몇 마디 하려고 합니다.
‘화작’은 10문항, 즉 20점이나 배점되는 꽤 비중 있는 파트입니다.
그런데도 수험생들은 국어영역의 다른 파트에 비해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에 따라 공부량도 매우 적습니다. 문제집에 실려 있는 몇 가지 문제를 풀어 보면 별 어려움 없이 풀어지고, 이해가 되지 않거나 난해하다고 느끼는 문제가 거의 없는 파트이기 때문에 그저 모의고사 보는 날 한 세트 풀어 보는 것이 수능 전까지 ‘화작’에 대한 공부의 대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화작’이 쉽다구요? 선생도 동의합니다.
국어 영역의 다른 파트에 비해 매우 쉽게 점수를 딸 수 있는 파트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뒤집어서 생각한다면 ‘화작’을 보는 시각을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화작’이 난이도가 쉽게 느껴지고 문제를 틀리지 않는 것은 ‘나’만 그럴까요? 아닐겁니다. 수능에 응시하는 거의 모든 수험생들이 ‘화작’에서는 거의 오답을 내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나’만 화작에서 한 문제라도 실수를 한다면 등급에서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쉽지만 상대적으로 살 떨리는 파트가 바로 ‘화작’입니다.
그리고 ‘화작’은 문제가 쉽기 때문에 얼마나 맞추느냐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몇 분을 사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느냐하는 ‘시간’이 중요한 파트이기도 합니다. 시간을 충분히 사용해서 10문항을 해결한다면 수험생 누구나 별다른 어려움 없이 정답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10문항에서 20분 이상을 소비한다면 뒤에 버티고 있을 다른 파트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해서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럼 ‘화작’은 어떻게 준비하냐구요?
먼저, 여러분의 ‘인식’부터 바꾸면 좋겠습니다. “화작이 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연습하지 않으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 수 있다.”라고 마음 속에 깊이 새겨 주세요.
화법은 화법의 담화 유형별로 독해의 포인트를 알고 지문을 읽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화법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빈출되는 ‘토론’지문을 바탕으로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먼저 지문에서 ‘논제’를 확인하는 것으로 독해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때 ‘논제’가 발견되었다면 절대로 머리 속에서 재구성하면 안됩니다. 다시 말해 주어진 논제가 ‘MP3 휴대 금지’ 문제인데, 독해를 하면서 재구성해서 ‘MP3 휴대 문제’라고 생각하면 ‘찬반’의 입장이 반대가 되어 버립니다. ‘MP3 휴대 금지’에 대한 찬성은 ‘가져 오지 말자’이고, ‘MP3 휴대’에 대한 찬성은 ‘가져 오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각 입장에 대한 논거와 말하기 방식을 확인하면서 독해를 해야 합니다. 말하기 방식은 워낙 다양하고 세밀하게 물어보기 때문에 문제마다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비교나 대조, 정의(개념), 인용, 수치, 경험(사례), 비유’ 등이 사용된다면 거의 반드시 문제화되므로 지문을 독해하는 과정에서 확인하면서 읽어야 정확하고 빠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토론의 과정에서 사회자의 역할도 주목해 보아야 합니다. 사회자는 개별적 지문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토론의 배경 제시, 논제 제시, 토론 순서, 요약 정리, 주의사항 환기, 자신의 의견 개진 등의 역할을 합니다. 사회자가 이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머릿속에 넣어 둔 상태에서 지문을 읽어 나간다면 그러한 부분이 훨씬 명확하게 보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대로 독해의 틀을 가지고 ‘토론’ 지문을 읽었다면 ‘논제는 무엇이고, 각 입장의 근거는 무엇이며, 눈에 띄는 말하기 방식은 어떤 것이고, 이 과정에서 사회자는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가 정리된 상태에서 문제에 접근해야 정확하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문을 읽었는데(절대로 어려운 지문일 리가 없습니다) 대략적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 같다 정도로만 이해하고 문제를 마주하면 틀림 없이 문제 하나를 해결하면서 지문의 여러 곳을 다시 독해해야 할겁니다. 그 과정에서 답을 맞추겠지만 시간은 한정도 없이 흘러갈 것이구요...
정리해서 말하자면 ‘화법’은 담화 유형별로 지문에서 무엇을 읽을지 정리된 상태에서 지문을 보아야 정확하고 빠르게 읽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토의, 협상, 대화, 발표 등 각각 담화 상황별로 독해의 포인트들을 정리해 두어야겠습니다.
다음은 작문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작문은 수능이 시작된 1994년 이후로 가장 출제 유형의 변화가 적은 파트라고 생각됩니다. 구상에서부터 퇴고까지 각각 쓰기의 순서에서 출제되는 포인트가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에 공부를 해 나가시면서 지금 내가 푸는 문제는 작문의 전체 체계 가운데 어느 부분이고, 이 부분에서 일반적인 유형은 이런 것인데, 지금 내가 푸는 문제는 이런 부분이 다르다는 것이 눈에 보여야 작문 공부가 제대로 되고 있는 겁니다.
짧은 지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각각의 문제를 접근해야 하는지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문제별로 유형화해서 해결하라는 의도만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수업 시간에 “너 요즘 국어 영역 중에 뭘 공부하고 있니?”라고 물었을 때 “화법과 작문이요”라고 말한 학생을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쉬우니까요. 공부를 굳이 하지 않아도 문제 해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니까요. 그러나 방심하지는 맙시다. 언제나 하나의 모자람이 천 개의 후회로 남는 법이니까요.
수능 보는 그날까지 여러분의 ‘화작’이 안녕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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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구렁텅이에서 벗어난다
좋은글입니다. 예전에 한번도 화작에서 틀려보지않았고 화작공부를 당연히 안했으며 문제풀떄도 딱딱 근거만 찾아서 빨리빨리풀고 시간을 최대한남겼습니다. 그럼에도 문법,비문학,문학에서 틀리곤 했죠
그러면서 화작은 점점 관심에서 멀어져가고 나머지 공부에 치중을했습니다.
그리고 절대적으롲 중요한 수능날 저는 93점을 맞았습니다.
7점이 나갔죠. 3점은 비문학 나머지 4점은 화작입니다.
수능날 조급한마음에 말도안되는 짓을해버린거죠
그래서 재수하는 지금은 화작을 작은 비문학이라고 생각하고 빠르지만 정확하게 독해해서 풀려고 노력하고있습니다. 선생님과 같이 이것도 틀리면 어차피 점수까이는데 왜 가볍게 봤지 라고 생각하며 있던 중에 선생님의 글을 보니 정말 공감가고 좋은글이란 생각이듭니다.
좋은글감사합니다!
전 화작이 가장어렵지만 화작부문전용 교재는 딱히 없는것같더군요 ㅠㅠ
화작에서 시간을 줄이는게 관건이라는 말은 정말 공감되네요 ㅎㅎ 좋은글 감사합니다
벙말 좋은 글이라 좋아요 10개는 누르고 싶네요
화작같은경우는 문법처럼 알면 빠르게풀고 몰르면 풀긴풀지만 시간이많이걸린다는 점이 정말 사실인거같아요
저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화작 지문을 읽을때 사회자역할을 옆에 메모하면서 풀고 각각 비교 대조 구체적수치 등등은 옆에 써내려가면서 문제를 풉니다
그러면 마치 주관식처럼 선지가 눈에보이고
화작은 20분컷이가능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