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君子 [12091] · 쪽지

2011-10-14 23: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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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대박의 전설 for 1300h >> D-27 (부제: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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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위해 밭을 일구지 않는다.
이미 그들을 떠나 일가를 이룬 자식들을 위해
그들은 장대비 오는 우기에도 밭을 떠나지 못하고 맴맴 돈다.

짐작건대 자식들은 그 어른들의 그 마음과 노고를 백 분의 일도 알 수 없으리라.

약을 치지 않아 벌레 먹은 순수한 채소를 보고
"뭐한다고 이런 걸 가져다주느냐, 마트에 가면 싱싱하고 예쁜 채소가 얼마나 많은데"
그리 통박이나 주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나 역시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아니 십 년 전처럼 모친이 살아만 계셨더라도 그 어른들의 그 자식처럼 그리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모친을 다시 이 자리로 모실 수 없는 곳으로 보냈고,
부친 역시 노쇠해 어느 날 일을 치를지 모를 지경에 있다.

상상한다. 지금 내게 모친이 있고, 부친이 건강해 매일같이 손잡고 밭을 드나들며
"토마토가 튼실하게 잘 자랐네"
"오늘 밤은 호박잎에 밥 먹을까"
등의 말을 나눌 수 있다면, 바랄 게 없겠다. 울 일도 없겠다.

지금처럼 철들고 지금처럼 부모 소중한 걸 아는 마음으로,
다시 生을 시작할 수 있다면 못 다한 효도부터 하리라.


< 노희경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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