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장이 [428095] · MS 2017 · 쪽지

2018-09-26 22:38:40
조회수 9,717

[글장이T] 미안합니다.

게시글 주소: https://roomie.orbi.kr/00018537229

 

요즘 들어

  

목표와 자신의 현재 위치와의 괴리를 느끼며

  

내년을 바라보려고 하는 친구들이 종종 보입니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 또한 절실하게 느꼈던 기억이 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괴리감에 고통스러워하는 친구들에게 더욱 마음이 쓰이는가봅니다.

  

그들에게 오늘은 선배로서 진심을 전하고자 합니다.

  

  

제가 재수 때였습니다.

  

전 재수 당시 4~5등급에서 시작을 했습니다.

  

전 제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알고 있었고

  

제 자신이 멍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다양하고 깊은 이유들은 모르겠고,

  

‘단순하게’

  

누구에게도 공부량은 뒤지지 않겠다고 각오했습니다.

  

4~5등급이 1~2등급을 노리면서 1~2등급보다 공부량이 적다는 건 분명 이상한 일이니까요. 

  

하루에 화장실은 딱 세 번.

아침, 점심, 저녁 시간에 교실에 가장 먼저 도착해서 공부하기

일과 끝에 나가는 건 제일 마지막에.

식사시간에는 무조건 단어장보기.

등등 자투리를 모으고 모으고 또 어떻게든 모았습니다.

  

그렇게 재수 기간 동안 공부시간 15~17시간씩을 채웠고

  

인생에서 그렇게 공부를 한 적이 없었기에 

  

나름 기대를 안고 6월 모의평가를 치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죠.

  

고3 때와 달라진 게 없는 성적이었고

  

실망감이 컸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내 모든 것을 불태우지 않았다'고 생각했기에

  

더욱 정진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9월 모의평가를 치뤘고,

  

결과는..

  

  

  

433 (포메이션 아닙니다..)

  

역시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성적이었습니다.

  

너무나 좌절감이 컸습니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몸무게도 52~3kg까지 떨어지고

  

음식을 입에 대면 토가 나올 지경이었죠.

  

하지만 그 자리에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몸이 공부를 하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낄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었죠.

  

목표도 뭐도 그냥 생각할 겨를이 없었죠.

너무 힘들었지만

‘그냥 하니까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수능이 다가왔고

그 결과는..

  

고3시절 290/400점대의 점수에서 360/400점대의 결과를 성취했습니다.

소위 지잡대에서 인서울이 가능하게 된 성적이었죠.

그 이후는 아마 많이들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재수 당시 좌절감에 휩싸였던 시기가

  

바로 지금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당신이 느끼고 있을 그 감정

  

제게도 앙금처럼 가슴 한 켠에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목표를 보지 말고, 그냥 하던 것이기에 하기를”

  

차라리 눈을 감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그것은 도망이 아닙니다.

  

당당히 자신을 마주할 용기입니다.

  

  

힘든 당신에게 더 힘든 길을 가라고..

이렇게밖에 이야기해줄 수밖에 없어서 미안합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