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의 특성]진화와 적응의 차이점은?
서문
!주의! - 이 글은 ‘줄거리가 있는 생명과학1’의 1단원을 읽은 사람만이 재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글을 읽기 전에, 아톰 판매페이지에서 맛보기 pdf파일을 다운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본문
안녕하세요. “줄거리가 있는 생명과학”의 저자입니다.
얼마 전에 독자 한 분으로부터 질문을 받았습니다.
질문의 요지는 ”제 책(줄.있.생)에 적혀있는 ‘순응’이라는 단어가 수능 등에서 말하는 “적응”과 똑같은 의미로 사용되는데 이 부분이 헷갈린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인강 선생님께서 진화를 설명하실 때, 사막여우를 북극에 갖다놓으면 북극여우처럼 안되지 않느냐 라는 식으로 설명하셨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상황이 복잡해지니 정리하면서 진행하겠습니다.
1.인강 선생님과 교과서 등에서 설명하여 학생들이 이해하게 되는 ‘진화와 적응’
진화 - 생물이 서로 다른 환경에 맞추어 자신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것. 한번 변화된 특성은 다시 바뀌지 않는다.
적응 - 생물이 서로 다른 환경에 맞추어 자신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것. 진화와 달리 특성이 계속해서 바뀐다.
2. ‘줄.있.생’에서 설명하는 진화와 적응
진화 - 세대를 거듭하며 생물의 특성이 변화해가는 과정
적응 - 진화의 결과로 나타나는 생물의 특성
순응 - 생물이 서로 다른 환경에 맞추어 자신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것.
그럼 여기서 생각해봅시다. 인강선생님과 교과서가 틀린 것일까요? 아니면 제가 틀린 것일까요? 정답은 “둘 다 틀렸다.”입니다. (일단 진정하고 끝가지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지적설계론’과 ‘창조론’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적설계론이란 어떠한 강력한 존재가 우주를 창조하였으며, 그 설계도(지적 행위로 인한 결과물)가 자연 곧곧에 숨어있다는 이론입니다.
창조론이란 신이 우주를 창조하였으며, 하느님의 뜻이 자연 곧곧에 스며들어 있다는 이론입니다.
창조론과 지적설계론이 비슷해 보이신다면,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지적설계론은 창조론의 다른 이름입니다. 마치 정치집단이 특정 사건 이후로 당명과 추구하는 목표를 바꾸듯이 이름과 이론을 바꾼 것뿐입니다. 사실 똑같은 사람들이 하는 약간의 다른 주장들일 뿐입니다. (여기서는 지적설계론과 창조론을 전부 창조론으로 통일해서 표현하겠습니다.)
생물학자들은 진화론의 탄생이후로 끊임없이 창조론자와 대립해왔으며 아직까지도 그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주의! -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상당히 헷갈릴 수 있습니다. 깊이 생각하며 읽으시길 바랍니다.
창조론자의 목적은 진화론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창조론자가 주창하던 내용 중에 가장 강력한 반론은 “우리는 단 한 번도 진화가 일어나는 것을 눈으로 본적이 없다.”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미생물 등의 생물종이 새로운 미생물종으로 진화하는 것을 과학자들이 발견하였다는 점입니다. 최근에는 암수로 나뉘어 있던 게가 암수한몸의 게로 진화였다는 사실들도 발견되었습니다.
그래서 창조론자는 한 발짝 물러나서 약간 다른 주장을 합니다.
그들은 “우리는 단 한 번도 하나의 종류가 다른 종류로 변화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라고 주장합니다. 쉽게 말하면, 게가 사람으로 진화한 것을 본적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진화와 적응’에서 적응만을 인정하게 됩니다. 다만 이들이 사용하는 ‘적응’은 생물학에서 사용하는 ‘적응’과 의미가 다릅니다.
잠시 ‘적응’이라는 단어의 서로 다른 두 가지 정의를 짚고 넘어가봅시다.
창조론의 적응 - 생물이 서로 다른 환경에 맞추어 자신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것.
진화론의 적응 - 진화론의 결과로 나타나는 생물의 특성
즉, 창조론자들이 주장하는 바는 “미생물이 다른 종처럼 보이게 된 것은 이전과 다른 환경에 노출되어서 적응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미생물은 항상 미생물이다.”입니다.
여기서 진화와 적응의 개념이 꼬여버리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과학자들이 이전부터 적응의 두 가지 의미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사람들이 “다르다.”의 의미와 “틀리다.”의 의미를 “틀리다.”라는 하나의 단어로 혼용해서 사용하는 것 과 유사합니다.
예) 너랑 나랑은 많이 틀려.
의미1 - 너와 나는 문제를 많이 틀려.
의미2 - 너와 나는 성격이 많이 달라.
그래서 교과서 등에서는 창조론의 주장과 진화론의 주장을 구분하기 위해, 기를 쓰고 주구장창 북극여우와 사막여우를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두 여우는 공통조상을 가지고 있는데, 북극여우를 사막에 대려다 놓는다고 해서 사막여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그리고 06학년도 수능에서 결정적인 한방이 터집니다. 적응의 두 가지 의미를 구분하는 문제를 내버린 것입니다. (이 사건 이전까지는 학교에서 적응의 의미를 구분할 필요를 못 느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입시계열로 오면서 왜곡됩니다. 선생님들께서 시험용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니, 맥락은 전부 무시되고, 외우기 쉽게 각 사례별로 하나씩 1:1대응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탄생합니다.
진화의 예 - 북극여우와 사막여우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다. (북극여우를 사막에 대려다 놓아도 사막여우로 변하지 않는다.)
적응의 예 - 눈신토끼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털색이 바뀐다.
그런대 과학자 및 의학자들이 생각하는 진화와 적응의 예는 아래와 같습니다.
진화의 예 - 북극여우와 사막여우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다.
적응의 예
의미 1. 북극여우는 추운환경에 알맞은 몸의 형태를 가진다.
의미 2. 눈신토끼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털색이 바뀐다.
그래서 제 책에서는 ‘순응’이라는 단어를 추가해서 이러한 혼란을 막았습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진화와 적응의 예는 아래와 같습니다.
진화의 예 - 북극여우와 사막여우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다.
적응의 예 - 북극여우는 추운환경에 알맞은 몸의 형태를 가진다.
순응의 예 - 눈신토끼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털색이 바뀐다.
요약
결국 똑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다른 단어를 사용한 것일 뿐입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시험에 충실하셨고, 저는 본질에 충실하였습니다. 물론 어느 쪽으로 가도 시험은 맞습니다. 다만 논술이나 면접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분명히 순응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불이익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순응’이라는 단어는 의학용어에서 따온 말입니다. 확신컨대 생물학자 혹은 의사들에게 ‘순응’이라는 단어와 ‘적응’이라는 단어를 구분해서 사용하면 충분히 알아들을 것입니다. 다만, 창조론자에게 사용하면 무조건 알아듣지 못합니다. 알아듣더라도 일부러 못 알아듣는 척 합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불이익이 올 수 있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롤계정 잠가놨더니 부계로 솔랭 돌리는 삼수생을 뭐라고부름? 4
시발 하..
-
수학황들 이거좀 2
이거 치환이랑 그래프 그려서 말고 대수적으로는 못푸나
-
혼자 다니니까 외로워요..
-
막 3등급이런데서 정체되는 경우도 있나 막 2년씩?
-
19년 살면서 뭐 하나 이룬 게 없네 내 인생 이대로 괜찮은가...
-
좀만 공부하면 오후 6시 이럼… 마법같음
-
국어 2중 ~ 3초중 수학 높2 ~ 3극초 영어 1 탐구 1 1 성공하면 서성한...
-
국어 어이없는 실수 줄이는데에 실모 풀고 오답노트 적는게 도움이 될까요?
-
생2 킬러는 0
특히 복추, 코돈은 예전만큼 어렵게 나오진 않겠죠? 수완에는 복추하고 제효 복잡한거...
-
사진은 강대 k 본 성적이고, 올해 6,9 평가원은 둘다 3등급, 이감 2~3초...
-
9,10,19 42점. 문제진짜 잘냈네 작수끝나고 공부 거의안한거 치곤...
-
최고난도 과학 지문, Crash course로 대비하기 0
안녕하세요 독서칼럼에 진심인 타르코프스키입니다. 혹시 Crashcourse를...
-
나만 안 외우나ㅜㅜ
-
무서움 3
모의고사 운영 연습을 그렇게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실력은 분명 이것이 아님에도...
-
Fx가 0이랑 2에서 0이 되는데 불연속인거 아닌가요? 잘 이해가 안되서요..
-
명곡 중의 명곡
-
한번 망생 테크 타니까 이것도 벗어나기가 쉽지 않네여
-
이감 국어 오프 모의고사 6-4 답 번호 알려주세요.. 답지 잃어버렸습니다ㅠ 이모...
-
어떰?
-
진지함
-
인스타 릴스 뜨면 죽여버리고싶음 ㄹㅇ 지만 시험전날 영어 수특 n회독했냐 지만 수능...
-
출출~허이
-
막 ‘ㅎㅂ여중딩 가슴‘ ’ㅎㅂ여중딩 레전드‘ 이런 제목.. 커뮤에 다른 글들은 다...
-
님들은 몆번해봄
-
내년에 입학할때 현역들이랑 있을때 늙어보이면 안돼니까
-
고2 9모 성적 4
목표 (서성한 공대+@)인데 정시ㄱ? 내신 합산 3.9x~4.0x
-
질문 해드림. 12
대신 천 덕씩 내야함.
-
토요일은 현강 두개 들으러 가다 보니 뭐 측정할 공부 시간이 안나와서... 토요일은...
-
Making cookie dough with shit 6
nice ingredient for dark chocolate chip cookie
-
노베 기적일지 D-47 “기회는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다.” -크리스...
-
안테르그라테의 기계가 통계와 확률로 예언한 3차대전을 일으킬 전범을 낳을 남자가...
-
생각해보고 정리해봤는데 ㄱ 가정하는거 말고 정상적으로 푸는게 가능한가요…? 약간...
-
수2를 젤 잘하긴하는데 마무리용으로 하나 하고싶네여
-
…….그래서……..내가…문학을…….못해요…..
-
뭐가 있을까 님들은 그때그때의 욕망에 충실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이유? 동기?가 뭐임
-
내가 가진것을 모두 내려놓았는데 수능 성적 하나는 나에게 줄 만도 하다
-
혹시 일요일 같을 때 평소보다 약간 늦게 일어나시나요? 아니면 수면패턴 항상...
-
요즘 공부를 한다기 보다는 실모를 쳐내는 노동을 하는 느낌인데 2
국어 영어 격일로 하루 한 회 수학 물리 지구 하루 한 회 이정도면 딱 적당한...
-
눈만 감으면 그동안의 내 수험생활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면서…. 참 고생도...
-
난 솔직히 그중에 절반이 허수일거라고 생각함. 하루에 10~11시간 앉아있는건 가능...
-
기출풀고 자이스토리처럼 해석 되어있는 해설지 영어문장 읽고 밑에 해석 동시에 같이...
-
국어공부 시작한지 얼마안된 노베라 잘모르겠는데 확실히 텍스트가 ㅈㄴ김... ㅈㄴ김...
-
승률 100프로 MX는 몇개 틀림
-
서울대점수나오면...
-
그래프 1도 안그리고 모두 수식으로 풀기 살면서 그래프 그려서 푼 문제는 기출중에...
-
애인이 맨날 얼굴만 봐도 행복하다 그러는데 진심1도 모르겠음. 눈도 작은데 계속...
-
이해원N제같이 저자 피셜로 수능에 나올 수 있는 문제들에서 평가원 스타일의...
-
용용 6
다들 잘자용
재수생의 신분이지만, 미래에 야생동물 생태 연구자가 되고 싶어하는 학생입니다. 꼭 야생동물 연구가 아니라도 생태계 보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삶의 목표가 있습니다. 생태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가장 큰 취미였고 생태와 진화는 떼 놓을 수 없는 관계기에 진화에 대해 고등학생치고는 많이 공부했습니다.
학부생 전공자이신지, 아니면 연구자의 길을 걸으시는 중 수능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수능을 준비하며 이런 글을 읽게 해 주신 것이 너무 감사합니다.
박사과정을 밟으셨다는 강사님의 수업을 들으면서도 진화를 저렇게 설명하는 게 옳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덕분에 해결된 것 같습니다. (아직 학부 전공과목도 듣지 않은 사람에게는 오만한 생각인 것 같긴 하네요.)
앞으로 응원하겠습니다. 해당 책의 생2 버전을 볼 수 있다면 상당히 기쁠 것 같긴 합니다만 여러 가지로 쉽지 않은 일일 수 있으니 조르지 않겠습니다 ㅋㅋㅋ
정말 응원합니다. 혹여 연구자시라면 여러 가지로 조언을 듣고 싶은데 괜찮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생 2는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노력해보겠습니다.
스스로 오만하다고 하시는데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과학자들은 원래 전부 다 어느 정도 오만합니다. 분명히 장점이 될 것입니다.
제가 조언을 해드릴 주재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궁금한 점이 있으실 때, 쪽지를 주시면 최대한 빨리 답변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고 기회가 되면 또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