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ㅡ이 [746810] · MS 2017 · 쪽지

2018-03-11 23:39:47
조회수 5,915

나처럼 이렇게 앰생이 있을까

게시글 주소: https://roomie.orbi.kr/00016455614

ㄹㅇ 인생 되돌아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네. 19년 넘게 살동안 연애 한번 한적도 없고, 학교 다니는 동안 친구도 별로 안 사귀고 학생회나 동아리를 해본적도 없음. 그렇다고 공부를 잘했냐? 그것도 아니네. 나름 모의고사에서는 올 1등급도 맞아봤지만 내신에서는 1등급은 커녕 2등급도 맞기 힘들었고, 결국 내신으로도, 수능으로도 대학은 못 감. 그럼 게임을 잘했나? 롤은 골드까지 밖에 못 찍어봤고, 옵치도 골드를 넘지 못함. 도데체 난 뭘 하면서 산거지. 

그럼 그냥 대충 성적 맞춰서 아무 대학이나 가라는 소리가 나오겠지만 나름 유학도 4년 갔다오고 어릴 때부터 똑똑하다는 소리는 들어온데다가 공부도 나름 열심히 했고 모의고사도 위에서 애기했듯이 올 1이 나올때도 있어서 눈 높이를 낮추지도 못하겠음.

이런 와중에 ㅂㄹ친구들은 연애질이나 하면서 염장질을 하고 있고 나는 모르는 대학애기들을 나누고 있음. 내 인생에서 가장 거리감이 없던 애들에게서 이젠 거리감이 느껴지기 시작함.

거기에 부모님의 짐을 덜어주긴 커녕 나는 짐이 돼버렸음. 형에 이어서 나까지 삼수를 해버림. 부모님은 괜찮다고 내가 원하는 길을 가도록 끝까지 응원해준다고 함. 여기에서 끝나면 참 훈훈하겠지만 내가 6월까지 모든 과목을 1등급을 맞지 못하면 학원을 끊어버리겠다고 내게 말씀하심. 아마도 당연한 말이겠지. 성적은 곧 노력이니 내가 성적이 안 나왔다는건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걸 의미하는 걸테니까. 하지만 이런 당연한 현실을 나는 왜 이렇게 감당하기 힘든걸까. 그 누구보다 열띤 부모님의 내가 실적을 못 내는 상황에서는 그 누구보다 차가운 비난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부모님의 응원이 따뜻함 아니라 공포감과 압박감으로 느껴지기만 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ㄹㅇ 역겹기만함.

친구를 못 사귀는게 변하지는 않아서 조기반 때부터 지금까지 겨우 말 거는 애들은 있지만 같이 밥 먹을 애들은 없어서 매일 혼밥 중임.

이 모든게 내가 게으른 탓에 일어난 일이어서 누굴 탓할 사람도 없고, 이런 걸 애기할 수 있는 사람도, 들어줄 사람도 없음.

이런 자괴감, 괴리감, 열등감, 거리감, 자책감, 압박감, 외로움이 한꺼번에 내 숨통을 매일 조여옴. 아마 최근에 자살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는거 같다. 내가 뭐를 잘못했다고 이렇게 고통을 받는거지. 게으른 죄가 이렇게 큰 죄일까. 신은 사람에게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 준다는데 난 왜 버티지 못하겠는거지.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