쩝쩝접 [591036] · MS 2015 (수정됨) · 쪽지

2017-01-13 00:44:25
조회수 8,812

[16수능 썰] (6편) 시험의 기술, 그리고 유종지미

게시글 주소: https://roomie.orbi.kr/00010658384

-------------------------------------------------

http://orbi.kr/bbs/board.php?bo_table=united&wr_id=9107228 (이전 글들을 모아둔 곳)


이전 스토리에서 이어집니다.


(이번 편은 인트로가 긴 편입니다. 어쩌면 인트로가 가장 큰 주제일지도)


==================================================


......11월 그 어느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수능이란 폭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자리들이 있었고


그 자리에는 폐허들만 남아있었다.


하지만 나는 살아남아 있었다.


그 와중에도 말이었다.


모든 과목에서 맞닿아트린 그 위기상황을 이겨내고 말이다.



그렇다.


망하고자 했던 행동들이


반대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 이전 편에서 일부 인용 -


-------------------------------------------------------------------


(인트로 1) 



국립대만사범대학의 장춘옌 교수,


그는 자신과 아내, 그리고 그의 부모까지 모두 공부를 잘하는 스타일이었던 반면에


시험을 잘 보지 못하는 아들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느끼던 중


"왜 누구는 시험을 잘 보고 누구는 열심히 공부하고도 시험을 망칠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이 의문과 관련된 유전적 요인에 대해서 연구하던 그는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같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 학생임에도


시험을 잘 보는 유형인 학생이 있고


시험을 못 보는 유형인 학생이 있다는 것



이 둘의 차이를 결정짓는 요소는 성격적 요소였다.


그리고 그 성격적 요소를 결정짓는 것은 놀랍게도 유전자였다.



그는 도파민을 분해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콤트라는 유전자를 분석해본 결과 


전사형(Warrior)과 중간형, 걱정쟁이형(warier)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진설명 : 걱정쟁이형은 시험 치기 전 긴장으로 인해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을 분해하는 속도가 느려 뇌에 도파민 과부상태가 지속되어 시험에서 평소 실력보다 실수할 가능성이 높지만 전사형은 걱정쟁이형보다 도파민을 4배 빨리 분해하여 적정량을 유지해 시험에서 긴장하지 않고 평소와 같은 실력발휘를 한다는 것이다. 걱정쟁이형에 속한 학생이라면 평소엔 언어능력과 기억력이 우수해도 시험만 보면 점수가 그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사형은 말 그대로 큰 시험을 앞두고도, 도파민을 빨리 분해하여 


스트레스를 적절히 유지하기 때문에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유형이고,


반대로 걱정쟁이형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불안해하고 걱정하다가 


자신의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유형이다.


결국 비슷한 능력을 가진 두 학생이 있을 때 


전사형이 걱정쟁이형보다 시험을 잘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사진설명 : 전사형 집단과 걱정쟁이형 집단 사이의 시험점수 차이)



(참고자료 : EBS 다큐)


(참고할 만한 논문 : 2009년, Brain and Cognition에 개제된 'Association of catechol-O-methyltransferase (COMT) polymorphism and academic achievement in a Chinese cohort')


--------------------------------------------------------------------


(인트로 2)



인트로 1에서 보듯이


평균적으로는 걱정쟁이형, 즉 시험장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 유형인 집단보다


전사형, 즉 시험장에서 긴장을 하지 않는 유형인 집단이


모든 과목에서 점수가 높았다.



사진설명 : X(시험점수)=T(True Score, 진짜 점수)+E(Error Score, 오차 점수-시험당일의 환경, 컨디션 등) / 일반적으로는 오차점수를 줄일수록 진짜점수에 가까워지나 실제로는 오차점수를 '0'으로 만들기엔 불가능에 가깝다. / 전사형의 경우 E에서의 손실이 걱정쟁이형보다 평균적으로 적으므로 자연스럽게 동일한 실력으로도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집단에서의 이야기이다.


개인 하나하나, 즉 수험생 한 명의 입장으로 들어가면


자기 자신의 순수한 실력과 콤트 유전자로 인한 성격유형 이외에


또다른 변수가 크게 개입하게 된다.



그리고 'Test Wiseness'(검사요령)이란 어느 한 학문에서는


시험의 크고 작은 기술들을 연구하면서


이 변수를 하나의 키워드로 꼽는다.



익숙함. 또는 친숙함.


그렇다. 반복적인 패턴 훈련이다.


--------------------------------------- 주 석 ----------------------------------



사실 '시험을 잘 보는 기술'이 있다는 사실이 썩 바람직한건 아니긴 하다. 원칙적으론 말이다.


시험을 위한 기술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시험에서도 측정 오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제대로 된 평가가 아닌 '시험만을 위한 시험'일 수도 있다는 


잠재적인 성격이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험 류의 정량평가이든 면접, 서류 등의 정성평가이든


인간이 개입하고 인간이 판단하는 평가방법이다.


결국 누군가를 평가하는 이상 측정오차는 생겨날 수 밖에 없다.


한정된 자원을 제비뽑기와 같은 확률에 의해 배분할 수 없는 이상


어떤 평가방법에 따라 자원을 배분해야 하니 말이다.



시험도 엄연히 집안 소득 등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 하기에 '최선'이나 '차선'이 될 수 없지만


적어도 '혈연' '지연' 등의 연줄(학연도 엄연히 이에 포함된다.)에 의해서 완전히 결정되는 것보단


기회의 평등을 그나마 보장하는 길이라 생각하기에 시험의 필요성을 부분적으로나마 인정한다


핏줄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악'이라고 할까나...



그리고 어떤 평가방법이 존재하고 그 평가방법 내에서 더 나은 점수를 받을 길이 있다면


수험생 개인 입장에서는 그 길로 나아가는게 '개인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이기에


'수험생 개인'이 독자인 이 글에서는 시험의 기술에 대해서 인정을 하고 언급을 할 것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긴 하니까 말이다.



(사실 이 난제를 해결하려면 교육 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근데 논할 부분은 아니라 패스)



------------------------------------------ 주 석 (끝) --------------------------------



소위 '명문대' 합격수기나 인강강사들의 수능 조언 팁들


수능 전날에 나오는 수많은 정보를 담은 뉴스기사들...


이들의 공통점이면 '익숙함' '친근함'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수능 전에 치르는 수많은 모의고사들


최대한 수능과 유사하게 연습환경을 만들려는 노력들


그리고 수능 도시락에서 그 날의 장운동까지 세심하게 생각하는


음식 배열법과 섭취량 등...


이 모든 것들은 시험을 익숙하고, 친근한 느낌으로 치를 수 있기 위한 하나의 방편들인 것이다.



생명체는 선천적인 조건인 유전자의 영향도 있지만


후천적인 조건인 환경의 영향도 있다. (후생유전학 이런걸 여기서 언급할 건 아니고)



시험 직전이 되면 수험생 자신의 '순수한 실력'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다.


또한 수험생 자신의 도파민 분해능력 또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험의 패턴을 파악하고 그 패턴에 익숙해진다면


그리고 비교적 보다 더 평온한 상태로 시험지를 펼칠 수 있다면


이러한 T점수에서의 차이나 성격유형으로 인한 E점수에서의 손실을


친숙함, 익숙함으로부터 얻는 E점수 손실만회분으로 메꿀 수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기출문제의 반복적 풀이와 시험패턴의 파악, 시험장 당일 컨디션으로


시험 점수에서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필자의 경우에는 '망하고자 했던 행동'들로 인한 


태도의 변화, 시험에 대한 마음가짐의 변화가


Error Score에서의 손실을 극적으로 줄이면서 


예상치 못 했던 결과를 낳는 원인 중 하나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느낌이다.


----------------------------------------------------------------------------


기왕 망할거 편하게나 망하자는 생각으로


아주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공부 분량을 제외하고는


가지쳐서 잘라내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라면 공부시간 자체가 절대적으로 줄어들었다. 하루에 저녁시간 포함해서 7시간~8시간일 정도면 순 공부시간은 몇 시간이겠는가)



국어에서는 


기존에 리트+EBS약간+기출 체제였던 공부방법을


리트 대다수 + 기출 약간 + EBS 제로 체제로 바꾸었다.


(EBS는 학원수업에서 진도 나가는 부분만 수업 초반에 쓱 풀었다. 어차피 대충 풀면 5분내에 푼다.)



말그대로 EBS까지 하기에는 비효율적이면서 귀찮고


기출도 좀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풀만한 부분은 조금씩 풀고


(손OO 선생님의 수업자료를 주로 활용했던 것 같다.)


그 외 나머지 국어 공부시간은 리트로 죄다 채웠던 것 같다.


(솔직히 리트가 공부효율로는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수학에서는 


어차피 기존에도 기출+실모+학원자료 이 체제였기에


(교과서를 볼 짬밥까진 아니었기에 교과서는 이때쯤에는 생략했다. 사실 귀찮았다.)


문제스타일이 좀 괴랄하다고 생각되는 선생님 자료는 과감하게 풀지 않고


실모 풀던거를 조금 덜 풀게 된 것 이외에는 변화가 적었던 것 같다.


(물론 공부시간은 줄어들긴 했다.)


(허OO 선생님이나 유OO선생님 자료는 유용하게 풀었다. 특히 허OO 선생님 자료가 자작문제나 유사문제들을 담아서 문제 경향성 반영이 빠른 편이었기에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았다.)



영어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


기존에는 연계교재를 그래도 꼼꼼이 보고


변형문제들과 곁들여서 공부했었더라면



새로운 공부방법에서는 EBS를 거의 보지 않았다.


...사실 EBS를 보기에는 시간도 없고


무엇보다도 귀찮았기에



"어차피 국정감사에서 간접연계하라고 했는데... EBS 공부하기도 귀찮겠다... 그냥 변형문제나 고난도문제 정도 찔금찔금 풀자..."


식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며 멋대로 공부시간을 줄였던 것 같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주 희생자는 EBS(?) 교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건 좀 심한 도박이다. 이것 때문에 수능에서 92점을 받고 에못달이 된건가...)



그나마 생명과학I은 초심을 쭉 유지했던 것 같다.


과목 자체에 대한 흥미도 흥미였긴 했지만


극도로 줄어든 공부시간 와중에도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던 체제를


기존에도 갖추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여담으로 이 때 이OO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배부해주던


밋딧 생물추론 변형문제들은 뭔가 풀만했었던 기억이다.


(풀면서 사설모의고사들이 미트피트 생물추론을 많이 베껴왔다는 사실은 덤으로 알 수 있었다.)



생명과학II는 유지할 초심조차 없어서 패스한다.


(1주일에 1~2시간만 공부했다. 이하 생략한다.)


(솔직히 전공자 버프에 3년째 1등급일 정도면 눈을 감아도 다 생각날 정도다.)


다만 박OO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나눠준 문제들 중


수능에서 거의 유사한 스타일로 나왔던 문제가 있었는데


그 덕분인지 수능날 생명과학II는 조금 더 편안하고 신속하게 풀 수 있었던 것 같다.



국영수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난 현상이라면


EBS의 비중이 사실상 소멸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냥 EBS까지 공부하기는 귀찮아서


기본실력을 길러서 비연계를 연계처럼 푼다는 명목으로


EBS 공부시간을 완전히 칼질해냈던 것 같다.



여하튼 시간은 흘러 2015년 10월 말 부근


국정교과서 이슈도 가라앉고 수능한파도 슬슬 다가왔을 무렵


(이 때 대학가는 유쾌한 패러디들의 전성기라고 할까나...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



아무리 시험을 던졌다고 하지만


양심의 가책이 살짝 다가왔을 무렵이었다.



느슨해졌던 공부의 고삐를 꽉 잡고


기왕 망할거라도 아름답게 망하자...


유종의 미를 거두자...라는 취지로



국어에서 기출의 비중을 다시 살짝 늘리고


(리트가 중심이 되었다. 여전히)


수학에서 학원문제의 비중을 좀 늘리는 등


조금이나마 공부방법에 다시 변화를 주는 시도는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EBS대신 기본실력으로 비연계를 연계처럼 풀어보자는 취지는


꾸준히 유지해나가기로 했다. (어차피 이 때 바꿔봤자 죽도 밥도 안 된다.)



그러는 한 편


2014년도 것부터 수능문제지, 6평 문제지, 9평 문제지들을 뽑은 다음


다시 풀어보고 점검하면서 


시험문제의 경향성이나 훑어보고


내가 모자랐던 부분이 있는가, 평가원에서 출제포인트는 무엇이었고


출제자라면 이번 수능에서는 무엇을 강조할까


정도의 재점검을 하면서 쭉 돌아보았다.


(이 방법은 좋은 것 같다. 2016 9평 수학B 29번에서의 삽질을 재반복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음을 편안히 먹고


어떤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은 상태를


쭈욱 유지했을 무렵


2016학년도 수능이 있는 주의 첫 월요일이 밝아왔다.



- 다음 편에 계속... - (다음 편이 마지막 편 예상 / 수능있는 주 및 16수능)




p.s


뭔가 쓰고보니 마인드컨트롤이 가장 중요해보인다...


...아니면 평가원의 난이도 조절 수혜자인건가



익명처리한 강대선생님에 대해서는 따로 물어보면 대답은 해드릴 수 있을 듯


(어차피 개인적으로 긍정평가한 분이었기에 언급한거라...)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